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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비평/ 칼럼
커피와 혀의 기억
2013.01.27 08:25:00 20

내게 커피의 시작은 맛을 느끼기 이전에 일종의 성년식의
통과의례와 같은 의미가 우선이었을 것이다.

 

유년시절 집안에서 커피는 어른들만의 기호식품으로 인식되어
어쩌다 커피 향기에 관심을 보이기라도 하면 어머니는 단호히
“이 다음에..” 그 한마디로 어린 내게 커피는 금기식임을 강조
하셨다.

 

그러던 어머니가 딸이 대학생이 된다니까 이끌고 간 곳은 당시
명동에서 소문난 다방으로 그 전까지는 후각으로만 감지되었던
커피 향이 드디어 혀에 인지되었던 첫 순간이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커피가 나의 식생활을 지배하는 이유는 그때의
경이로운 맛! 그리고 그 맛에 중독된 혀의 기억이 아니었을까?

또한 커피 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을 먹으면 미각세포들이
반응해 대뇌 특정 부위에 관련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자극한다.

 

흔히 불안하고 초조할 때 초콜릿, 케이크, 과자 등의 단 음식을 찾는
이유도 단맛이 뇌의 시상하부에서 쾌감을 증대하는 도파민을 분비
하도록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뇌세포와 직결된 미각세포가 인지하는 맛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짠맛, 신맛, 단맛, 쓴맛 등 4가지. 식품으로서 커피는 오미 중에서도
여러 맛을 담고 있다.

 

쓴 맛은 커피의 갈색 색소에서 우러 나오는 맛으로 이는 로스팅
과정에서 더욱 증가하여 강하게 로스팅할수록 커피의 쓴 맛이
더욱 강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한 커피의 생두에는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는, 흔히 과일류에
풍부한 구연산, 사과산 등 신 맛을 내는 성분들이 들어 있으며,
자당에 해당되는 성분도 들어있어 시럽을 첨가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록 당도는 약해도 단 맛의 바디감을 느낄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맛의 정보를 감지하는 뇌의 반응은 복합적이다.
단지 입에서 느껴지는 쓰다, 시다.

 

달다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뇌로 전달되는데
그 과정에 있는 요소 중에 하나가 바로 중독성이다.

특히 커피처럼 단순히 쓴맛으로만 분류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독특한
향이 결합된 그 오묘한 맛은 더욱 중독되기 쉬운 맛이다.

간혹 카페인의 단점이 부각되어 커피를 다른 종류의 차로 바꾸어 볼까
싶어도 오랜 세월 길들여진 미각의 기억을 단번에 지우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때문에 개인적으로 커피 한 잔을 선택할 때도 음식처럼 건강을 고려하여
재배환경이나 로스팅 과정, 심지어 기업윤리까지도 깐깐히 따져보는
이유가 된다.
 
김연수 기자(푸드테라피스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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