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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피명상록
이슬람 교주, 압달 카디르의 커피 예찬
2013.04.06 06:15:00 57

“No one can understand the truth until he drinks of coffee's frothy goodness.
(거품이 풍성한 이 은혜를 맛보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진리를 깨달을 수 없다)
- by 압달 카디르.”

 
커피인용문을 모아 둔 인터넷 사이트를 가면 어느 곳이든 소개되고 있는
문구인데, 이렇게만 써 놓는다면 좀 문제가 있다.
 
1. ‘압달 카디르’라는 것만으로는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 사람의
    풀네임은 ‘시크 안사리 디에제리 한발 압달 카디르(Sheik Ansari Djezeri
    Hanball Abd-al-kadir)이다.

 

    시크(Sheik)는 ‘족장, 이슬람교의 교주’를 뜻하는 용어다. 이슬람권의 이름은
    7~8개의 요소로 구성된다. 존칭, 본명, 별명, 필명 등의 구성 요소는 일정한 의미를
    갖고 무슬림이 살아가면서 특정 시기에 사용한다.

 

    무슬림 자녀들의 이름을 지을 때 가장 인기 있는 구성 요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이름이나 그의 친척들의 이름, 교우들의 이름이다. 그래서 무하마드, 무함마드라는
    이름이 많다.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요소는 종 또는 사도(使徒)’를 뜻하는 ‘abd’와 신을 지칭하는
   명사나 형용사를 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압달라(Abd-allah, 신의 종), 
   압달 라힘(Abd- al-Rahim, 자비로우신 분의 종), 압달 까디르
   (Abd-al-Qadir, 전능하신 분의 종),   압달 살람(Abd-al-Salam, 평화의 종) 등이 있다.

 

    나머지는 생략하고, 따라서 ‘압달 카디르(Abd-al-kadir)’하면 ‘카디르라는 신의 종’
   이라는 뜻이다. 이 분의 이름을 지어준 부모에게 카디르라는 은인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Abd-al-Qadir(전능하신 분의 종)’을 잘못 쓴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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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탄불에 있는 블루모스크의 천정 /photo=이스탄불(터키) 박영순

 

2. 어쨌든, ‘압달 카디르’를 ‘시크 안사리 디에제리 한발 압달 카디르’
    라고 인정하자.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그는 이슬람 신비주의자요,
    세계에서 처음으로 커피에 대한 찬가를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압달 카디르가 이슬문화권이 아닌 대중적인 문헌에 등장한 것은
    1935년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Heinrich Eduard Jacob,1889~1967))이
    출간한 쓴 <Coffee : The Epic of a Commodity(커피, 그 상품의 서사)>
    ’(New York: The Viking Press, 1935)에서 였다. 이 책은 한국에
    ‘커피의 역사’로 번역돼 출간됐다.

 

    하인리히는 20세기의 대표적인 르네상스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인물로,
    베를린에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포돼 집단수용소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미국인
    삼촌 덕분에 미국시민권을 얻어 1939년 석방됐다.

 

    그 후 미국에서 <빵의 역사>를 비롯해 <요한 스트라우스>,
   <멘델스존과 그의 시대>, <모차르트>, <커피, 그 상품화의 서사> 등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면서 살다가 오스트리아에서 생을 마쳤다.

 

    그의 저서 가운데 1944년 출가된 <빵의 역사>는 필생의 역작으로
    손꼽히며 세계 각국에서 출판됐다.
    압달 카디르는 그의 행적이 기록된 이슬람권의 자료가 하인리히에
    의해 발견됨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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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의 야경  /photo=이스탄불(터키)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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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모스크에서 기도드리는 무슬림들/photo=이스탄불(터키) 박영순 

 

3. 그렇다면 압달 카디르는 딱 이 문구만 남긴 것이냐?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않다.
    하인리히는 그의 저서에서 압달 카디르가 커피를 예찬하며
    1587년에 남긴 시(poem)라고 소개하며 전문을 적었다.


    “No one can understand the truth until he drinks of coffee's 
    frothy goodness.”는 그 시의 한 구절이다. 
    본문에서는 앞서 'coffee'가 언급돼 있기 때문에 대명사
    ‘it'로 나온다. 다음은 그 시의 전문이다.

 

“Oh Coffee, you dispel the worries of the Great, you point the way
  to those who have wandered from the path of knowledge.
  Coffee is the drink of the friends of God, and of his servants who seek wisdom.
 
No one can understand the truth until he drinks of its frothy goodness.
Those who condemn coffee as causing man harm are fools in the eyes of God.
 
Coffee is the common man’s gold, and like gold it brings to every man the feeling
of luxury and nobility….Take time in your preparations of coffee and God will be
with you and bless you and your table. Where coffee is served there is grace and
splendor and friendship and happiness.
 
All Cares vanish as the coffee cup is raised to the lips. Coffee flows through your
body as freely as your life’s blood, refreshing all that it touches: look you at the
youth and vigor of those who drink it.
 
Whoever tastes coffee will forever forswear the liquor of the grape.
Oh drink of God’s glory, your purity brings to man only well-being and nobility“
 
“커피여, 너는 위인의 마음속에서 시름을 쫓아주고, 지식의 계곡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에게 방향을 알려주는구나. 커피는 신의 벗들을 위한 음료지만,
지혜를 구하는 신의 종들에게도 허락되는구나
 
거품 가득한 이 은혜를 맛보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진리를 깨달을 수 없으며,
커피가 인간에게 해롭다고 비난하는 인간치고는 신의 눈에 어리석지 않는 자가 없다.
 
커피는 평민도 가질 수 있는 금과 같으며, 진짜 금이 그렇듯 누구에게나 부귀영화와
고귀함을 맛보게 해준다. 공들여 커피를 준비하는 손에 신이 함께하시니 그와 그의
식탁에 신의 축복이 있을지라. 커피가 있는 곳에 아름다움과 영광과 우정과 행복이
함께할지라.
 
커피 잔을 입가로 가져갈 때 온갖 근심걱정이 사라진다. 커피는 생명의 피처럼
자유로이 온몸을 흘러, 스치고 가는 곳마다 새로운 힘이 솟게 한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서 발산되는 저 젊음과 활력을 보라.
 
커피를 한 번 맛본 사람은 포도주 맛 따위는 영원히 잊게 될 것이다.
오, 신의 영광을 담은 음료여, 인간에게 안락과 고귀함을 선사하는 존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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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리히 에두아르트 야콥과 그가 쓴 커피 관련서

 

 

Greensboro(North Carolina)=Young soon Park(Q-grader, Italy Espresso Speci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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