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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피명상록
이슬람 수피, 잘랄 앗 딘 알 루미의 시 <입술 없는 꽃 17>
2012.01.18 22:25:00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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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블루모스크의 내부천정  사진촬영/터키 이스탄불=박영순 / <커피인문학> 저자

 

깨어나라, 아침이므로
아침의 포도주를 마시고 취할 시간이라
팔을 벌리라
영접할 아름다운 이가 왔도다.

 

황홀한 불멸의 생명을 와서 볼지라
이 생명은 죽음으로부터도 제외되었도다.

 

행운이 우리를 모른 체할 때는 지나갔도다.
오, 사랑이여, 지금부터는
그대가 행운을 모른 체하라
수백의 달을 지닌 하늘이
돌기 시작했도다.
오, 불쌍한 하늘이여,
오직 광채가 있는 날은
하루가 남아 있을 뿐이니

 

이 영혼의 술잔은,
죽음의 천사를 죽게 한 이 술잔은
복통도 두통도 어지럼도 가져오지 않도다.
충만하고 침묵할지라
영혼이 우리의 형태를 마르게 하면
아름다운 이에게 수백 번의 사죄를 해야 할 테니.

 

이슬람 마울라위야 종단을 창시한 수피이자 시인인 ‘잘랄 앗 딘 알 루미’
(1207~1273)의 시 ‘입술 없는 꽃 17.’입니다. 정보해 씨가 쓴 석사논문
‘이슬람 수피즘과 커피의 종교-문화적 관계 연구’(조선대학교 대학원
국제지역문화학과 석사학위논문, p 44~53, 2010)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정 씨는 수피문학에 나타난 커피의 이미지를 연구했는데요,
이 시에 대한 분석에서 커피애호가들의 눈길을 끌만한 내용이 나옵니다.

 

"1연의 ‘아침의 포도주’는 커피를 상징한다. 커피의 어원은 아랍어로 ‘까흐와’.
까흐와는 포도주라는 의미인 동시에 커피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도주의 역사가 훨씬 긴만큼 커피의 어원이 포도주에서 비롯됐다.
유럽에서는 17세기 전까지 커피를 ‘아라비아의 와인(The wine of Arabia)
이라고 불렀다."

 

정씨에 따르면 ‘아침의 포도주를 마신다’는 것은 수피들이 종교의식을
행하기 전에 잠에서 깨는 각성작용을 하는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상징합니다.
‘취할 시간이다’는 것은 ‘황홀경에 들어갈 시간’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팔을 벌리라’에서는 수피들이 수피댄스를 출 때 한쪽 팔은 하늘로,
다른 쪽 팔은 땅으로 향하는 것을 묘사합니다.
이 동작은 하늘의 알라께 받은 축복을 아래로 뻗은 손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영접할 아름다운 이’는 자아소멸을 통해 만나게 될 신을 뜻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커피는 ‘아침의 포도주’, 그리고 ‘복통도 두통도 어지러움도 없는 것’을
상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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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드리기 위해 블루모스크에 들어가기 앞서 손발을 씻고 있는 무슬림  source: CCA(커피비평가협회)

 

박영순 I <커피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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