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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피명상록
패트릭 헨리의 “죽음을 달라”
2012.01.03 10:13:32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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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치는 패트릭헨리의 연설장면(1876년의 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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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5년 패트릭 헨리가 버지니아 의회에서 인지세법 반대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Peter F.Rothermel의 1851년 작품.

 

커피와 관련된 명언 가운데 미국독립혁명 당시 지도자이며 웅변가인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 1736~1799)가 “내게 커피를 주시오,
아니면 죽음을 주시오.”라고 했다는 말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확인할 도리가 없습니다.

 

패트릭 헨리가 1775년 3월 23일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의 세인트존 교회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친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의 아메리카 식민지에
대한 탄압이 강경해지자 민병대를 조직해 무력 대항하자고 촉구하며 남긴 명연설 중
일부인데요. 여기서 커피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고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연설의 끝부분입니다.

 

“It is in vain, sir, to extenuate the matter. Gentlemen may cry ‘Peace’ ‘Peace’,
 but here is no peace. The war is actually begun! The next gale that sweeps
 from the north will bring to our ears the clash of resounding arms!

 Our brethren are already in the field! Why stand we here idle?
 What is it that gentlemen wish? What would they have? Is life so dear,
 or peace so sweet, as to be purchased at the price of chains and slavery? 
 Forbid it, Almighty God! I know not what course others may take;
 but as for me, give me liberty or give me death!”

 

(사태를 완화시키려는 것은 이제 헛된 일입니다. 평화! 평화!를 외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는 없습니다. 전쟁은 사실상 시작되었습니다!

다음에 북쪽에서 불어올 강풍은 무기가 맞부딪치는 소리를 우리 귀에 들려줄 것입니다!
우리의 형제들은 이미 싸움터에 나가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기서 이렇게 빈둥거리고
있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가지게 될 것이 무엇입니까?

쇠사슬과 노예화란 대가를 치르고 사야 할 만큼 우리의 목숨이 그렇게도 소중하고 평화가
그렇게도 달콤한 것입니까? 전능하신 하느님, 그런 일은 절대로 없게 해주십시오!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길을 택할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사실, 이 대목도 문서로 전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1805년 윌리엄 워트라는 변호사가
패트릭 헨리에 관한 전기를 쓰기로 하고 기록을 찾았지만, 헨리는 주지사를 두 번이나
역임하고도 연설과 관련한 기록은 별달리 전해지는 게 없었습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유명한 연설에 대한 기록도 없었습니다.
 웨트는 수소문 끝에 당시 연설장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며 문장을 적었습니다.

목격자들의 기억과 전기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해 만들어진 문장이지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핵심적 교훈을 남긴 것은 분명하다고 합니다.

 

명연설문의 사연이 이럴진대,
헨리가 커피를 좋아해 “As for me, give me a cup of coffee or give me death!"라고
말했는지는 더욱 확인하기 어렵겠습니다.

 

그러나 커피에 관한 이런 스토리텔링이 커피를 즐기는  재미와 감성을 풍성하게 해주는 만큼
굳이 헨리가 이런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부인할 필요는 더더욱 없겠지요.

 

 

박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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