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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비평/ 칼럼
[향미비평-신진호의 커피노트] 산지와 품종이 다른 3종 커피
  • 브라질,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떼루아가 빚어낸 서로 다른 속성
2022.06.21 09:29:34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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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테이스팅에서 산지는 곧 품종이기도 하다. 그 지역에 최적화해 살아난 것이 품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품종을 음미하는 것은 곧 자연을 음미하는 것이요, 테루아의 위대한 힘을 경험하는 것이다. source: 커피비평가협회(CCA)

커피테이스팅은 즐거움도 주지만 고통을 수반하기도 한다. 산미(Acidity)가 풍부하면서 단맛(Sweetness)도 좋은 커피라면 표현할 것이 너무도 많아진다. 한마디로 입 안에서 폭죽이 터지고, ‘말의 폭죽’도 터진다. ‘내가 이처럼 표현력이 풍부했었나’라고 놀라게 된다. 하지만 맛이 강한 커피를 여러 개 테이스팅한다면 표현력의 빈곤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고통이다.

이번 테이스팅은 즐거움보다는 고통이 컸다. 3가지 커피 모두 단맛(Sweetness)이 중점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1: 브라질 미나스제라이스 산타루치아 Red Bourbon /pulped natural/

출발은 좋았다. #1커피를 핸드밀로 분쇄할 때 고소한 Nutty가 아로마로 느껴졌다. 테이스팅을 하니 산미가 약하면서 Sweetness가 입안에 퍼졌다. 10점 만점의 테이스팅 기록지에 점수를 매겼다. 

<Aroma 6, Froral 6, Fruit 6, Sour 1, Nutty 6, Toast 7, Burnt 1, Earth 1, Acidity 6, Body 6, Texture 6, Flavor 6. Astringency 1, Redual 1, Soft Swallowing 6, Sweetness 7, Bitterness 1, Balance 6, Defect None.>

총평(Overall)으로 Malt와 Honey, Orange로 적고, 색깔(Color)은 노란색(Yellow)으로 적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숭늉처럼 구수하다고 느꼈지만 이를 그대로 적을 수가 없었다. 세계 누구와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곡류 가운데 맥아(Malt)를 선택했고, 추수를 앞둔 10월 황금 들녘을 걸으며 느끼는 행복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커피의 Sweetness가 짙지 않다는 것이다. 색깔을 노란색으로 적은 것도 이 때문이다.  

 

#2: 에티오피아 구찌 담비 우도 Heirloom/natural/

테이스팅에 들어가니 #1커피의 옅은 Sweetness가 비교가 됐다. #2커피는 #1커피보다 Sweetness가 깊고 풍성했다. 이때부터 혼란이 왔다. 같은 Sweetness를 어떻게 표현할 지, 기록지에 어떻게 점수를 기록할 지 고민이 됐다. 일단 #2커피에 대한 기록지 점수는 #1과 대동소이 하면서 Acidity만 5로 낮췄다. 단맛이 더욱 풍성했기에 신맛을 덜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가 식으면서 Acidity가 기분 좋게 올라와 화사해진다.

총평(Overall)으로 Anise와 Almond, Chocolate로 적은 뒤 색깔(Color)은 단맛의 농도가 좋아 Brown으로 기록했다.

#2커피는 분쇄할 때 향신료(Spice)와 꽃향(Floral)이 느껴졌는데, 스파이스는 단맛과 단내가 나는 Anise가 기분 좋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까 Acidity보다는 Sweetness가 더 느껴지며 Grain을 볶는 듯한 고소함이 느껴졌다. #1커피보다 풍성한 #2커피의 아로마와 Sweetness는 필자를 어릴 적 동네에 온 뻥튀기 아저씨의 추억으로 데려갔다. 지금이야 거의 사라졌지만 뻥튀기 아저씨가 오면 동네는 꼬마들의 축제의 장이 된다. 집집마다 쌀과 옥수수, 보리 등을 바가지에 담아 아저씨에게 가져오면 아이들은 길게 순서를 기다린다. 뻥튀기 기계에 넣고 돌린 곡물은 200여분 뒤 아저씨의 힘찬 “뻥이요~” 소리와 함께 뻥튀기가 뻥하고 터지면서 자루에 담기면 곡물의 고소함이 동네 전체에 퍼져 그야말로 행복의 웃음꽃이 터진다. #2커피를 마시면서 Aftertasting이 길어 행복했다. 

 

#3: 탄자니아 음베야 작은농장들 Typica/ Fully washed/

이 커피는 산미보다는 Sweetness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Acidity가 #2커피보다 약간 강해 기록지 점수를 6점으로 높였다. 전체적인 점수는 #2커피와 같았다.

#3커피를 분쇄할 때도 Spice의 아로마를 느꼈는데, #2와 다른 정향(Clove)이 생각났다. 그래서 총평(Overall)에 Clove와 Grain, Grape(포도)를 쓴 뒤 색깔(Color)을 곡물류의 단맛과 함께 청포도의 달고 신맛을 느껴 Brown+Green으로 적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갓 구운 고소한 빵을 먹으면서 청포도의 상큼함도 동시에 느낀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세 가지 커피 모두 Acidity보다 Sweetness가 좋고, 복합미는 두 번째 커피가 제일 좋다는 느낌이었다. #3커피는 입안에서 풍성함이 #2커피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1커피보다 좋았다.

커피 테이스팅을 마치면서 목록을 살펴봤다. #1커피는 브라질 산타루치아 레드 버번(pulped natural), #2커피는 에티오피아 구찌 담비 에어룸(natural), #3번 탄자니아 음베야 티피카(washed)였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은 “#1커피는 브라질 특유의 높지 않은 산미가 특징인데, 이 때문에 자칫 자루해질 수 있는 아쉬움이 있지만 딸기잼과 잘 익은 복숭아, 꽃향기도 느낄 수 있다”며 ”#2커피는 아라비카의 고향, 에디오피아 커피의 우수함이 잘 발현되어 있고, #3커피도 신선함과 너티함을 칭찬할 만하다“고 말했다.

신진호 l CCA커피테이스터 / <아재여! 당신의 밥상을 차려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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