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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비평/ 칼럼
[데스크칼럼] 우크라이나 전장 속의 사유 ‘War Coffee’
  • 야로슬라바 안티피나(Yaroslava Antipina)의 평화를 기원하는 ‘전쟁일기’
2022.04.18 20:54:00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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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여성 ‘야로슬라바 안티피나’는 자신의 전쟁일기인 ‘워 커피’(war coffee)에 자신이 워-룩(war look)이라 이름 붙인 노메이크업 사진을 거의 매일 올리고 있다.

요즘 트윗 세상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한 여성이 트위터에 올리고 있는 ‘워 커피’(war coffee)가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워 커피’가 대체 뭔지 궁금하시죠? 다름 아니라 그가 매일 쓰고 있는 ‘전쟁 일기’(war diary)의 제목입니다.

‘평소’ 커피를 즐기고 사탕을 좋아한다는 이 여성의 이름은 야로슬라바 안티피나(Yaroslava Antipina). 그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트위터에 전쟁 일기, 즉 전쟁으로 인해 한순간에 뒤바뀐 삶에 대한 글과 사진, 그리고 동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3월 8일 트윗글에서 안티피나는 자신이 일기를 기록하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습니다.

“평범한 여성이 이 힘든 시기를 어떻게 살아 내고 있는지 알리고 싶어 트위터에 전쟁 일기를 쓰고 있어요(I’m writing my Twitter war diary to show how the civilian (ordinary woman) is living through tough time.).”

안티피나는 트윗 일기가 전쟁의 실상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경험하고 있는 ‘전쟁 중의 일상’은 평화로울 때 누렸던 일상과는 전혀 다릅니다. 상점 진열대에선 물건들이 사라져가고, 반면 거리에는 전쟁으로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날마다 들려오는 참혹한 전쟁 소식들, 그리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들. 아들과 함께 수도 키이우에 거주하던 그는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간곡한 권유에 따라 얼마 전 우크라이나 서부에 있는 어머니 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새들이 지저귀는 인근 숲은 여전히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너머에선 사이렌이 계속 울려퍼집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그가 애써 누리려 하는 호사 아닌 호사는 스스로 ‘워 커피’라 부르는 블랙커피를 마시는 일입니다. 또 ‘워 룩’(war look)이라 이름 붙인 노메이크업 상태의 자신 얼굴 사진을 트위터에 거의 매일 올리고, 아침이나 늦은 저녁에 마시는 ‘워 커피’ 사진도 자주 게시합니다. 

전쟁 일기 제목도 여기서 유래했습니다. 지난 3월 안티피나는 자신의 ‘전쟁 일기’ 제목을 정해달라면서 ‘우크라이나 오전 5시 20분’ ‘굿모닝 월드’ 등 4개의 후보 제목을 제시하고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24시간 동안 9599명의 트위터리안이 투표에 참여했는데요, 그중 압도적인 지지(70.5%)를 받은 제목이 ‘워 커피’입니다. 

그는 ‘워 커피’와 대비되는 ‘평화 커피’(peace coffee) 또는 ‘평화 티’(peace tea) 사진을 올려달라고 트위터리안에게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컵으로 세계가 (평화를 위해) 대동단결하자”는 그의 제안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습니다. 수백 명이  “당신과 함께하는 나의 평화 커피”라며 사진과 동영상, 글을 올린 것이지요. 그들이 보내준 따뜻한 위로와 응원에 그는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전쟁을 통해) 알게 됐다”며 “당신의 일상을 즐기라”고 권했습니다.

오늘 하루, 여러분이 드신 커피는 무엇입니까? 혹시 ‘전쟁 같은’ 일상 속의 커피였나요? 아니면 ‘평화로운’ 일상 속의 커피였나요? 부디, 여러분의 하루하루가 ‘평화 커피’로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송영철 l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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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피나가 전쟁일기 ‘워 커피’에 올린 커피 사진. 그녀는 전쟁 중에 자신이 마시는 커피를 ‘war coffee’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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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기의 제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투표가 3월 12일 그녀의 트위터에서 진행됐다. 그 결과, 선정된 제목이 ‘war coff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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