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Opinion

비평/ 칼럼
[데스크 칼럼] 러시아의 침공, “커피 제재”도 가능할까
  • 우크라이나와 커피, 그리고 국제커피협회 이야기
2022.02.28 23:39:05 226

국제커피협회(ICO)의 세계커피소비(World coffee consumption) 통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2020/21년도에 137만 9000포대(1포대 60kg)의 커피를 수입해 유럽연합(EU)를 제외하면 세계에서  10번째로 많이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입니다. 물론, 수입한 커피 중 일부는 가공해 수출도 합니다. 우리는 같은 기간에 251만 3000포대의 커피를 수입해 세계 5위에 이름을 올렸지요. 
 

KakaoTalk_20220228_224404706.png
2021년 1분기 커피수입국 리스트. source: ICO

우크라이나의 인구 수는 대한민국보다 865만 명 정도 적은 약 4319만 명인데요, 인구 대비 커피 소비량이 많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커피를 즐겨 마신다는 얘기지요. 얼마 전에는 수도인 키예프 사수에 나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군인들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해외시장 뉴스(2019.08.20.)는 크림반도 합병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커피를 수출하던 주요 국가 중 하나였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는 EU를 제외하면 세계 3위의 커피 수입국인데요, 커피 생산국은 아니지만 수입한 커피를 가공해 주변 국가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역이 중단된 이후부터 우크라이나는 커피 수입처를 러시아에서 이탈리아와 폴란드로 대체해 왔다고 합니다.

세계의 민주주의 국가들과 국제기구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다양한 경제 제재에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ICO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ICO는 커피 교역에 관한 국제적 협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커피 수출국과 수입국이 모여 만든 정부간 기구인데요, 유엔의 주도하에 1962년 뉴욕에서 체결된 ‘국제커피협정’에 따라 그 이듬해 영국 런던에서 출범했습니다. 

2월 현재 브라질, 에티오피아, 인도, 베트남 등 커피 수출 42개국, EU 가입국과 영국을 비롯한 수입 7개국 등 49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회원국에게는 커피 수출입 절차 간소화 등의 혜택도 주어지지요. 러시아는 회원국이지만 우크라이나는 비회원국가입니다.

물론 이 기구는 커피 수출입국 간의 분쟁 예방, 커피 생산국의 빈곤 감소를 위한 공정거래 준수, 커피 품질 향상 등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적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국제기구로서 ‘평화’라는 프리즘으로 커피를 바라본다면 또 다른 여지도 있을 듯합니다. 

ICO의 최고의사결정기구는 각 회원국 대표자들로 구성된 평의회입니다. 매년 3월과 9월 두 차례 회의가 열립니다. 과연 오는 3월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된 ICO의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까요? 세계의 커피인들도 러시아의 만행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송영철 I 편집국장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