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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피명상록
[스페셜티 커피에 관한 단상] Idea와 Will
  •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것들이 과연 진정한가?
2022.02.06 11:36:15 220
플라톤과 아리.png
source: 산지오 라파엘로(Sanzio Raffaello, 1483~1520)의 아테네 학당(Scuola di Atene), 제작 1509~1510(프레스코 벽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라고 하면 ‘좋은 커피(good coffee 또는 fine coffee)’ 보다 품질이 더 우수한 커피를 뜻하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스페셜티 커피를 가려내고, 그 진가를 체험할 수 있냐는 점이다. 이 말은 스페셜티 커피로 알고 마시는 커피가 진짜 스페셜티 커피인지 우리는 알고 있냐를 묻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의 답에 다가가기란 사실 간단하지 않다. 사안을 단순하게 만들어 ‘스페셜티 커피를 도덕적인 문제로 치환’하면, 사유가 시작될 수 있겠다.

우선, “우리가 진정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가”를 생각한다. 스페셜티 커피는 이래야만 한다는 도덕적 가치(본질)를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그 가치(본질)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알 수 있는가? 플라톤(Platon, BC 427~BC 347)은 도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 도덕적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것이 곧 ‘이데아(Idea)에 대한 앎’이다. 플라톤을 스페셜티 커피에 적용하면, “스페셜티 커피의 본질을 알아야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라는 명제가 된다.

다음은 스페셜티 커피가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진정 즐길 수 있냐는 문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 BC 384~BC 322)는 우리가 도덕적 가치를 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의지(Will)가 약하다면 온전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스페셜티 커피는 출처가 명확하고 제철에 수확해 신선해야 하며, 이곳저곳 섞인 게 아니라 커피나무가 자란 자연을 반영하는 싱글오리진(Single origin) 커피이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점을 빌리면, 스페셜티 커피의 개념을 모두 공유한다고 해도 이를 현실에서 실천해 산지에서부터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전할 수 있는지는 커피를 유통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의지에 달렸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수많은 커피가 과연 본질을 담은 진정한 스페셜티 커피일까?

박영순 I <커피인문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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