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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커피명상록
빌리 조엘 “내 커피잔 속에 위안이 있다.”
2021.03.24 17:19:08 287

빌리 조엘의 노래들 가운데 ‘유명한 마지막 한마디’쯤으로 해석되는 1993년 발표작 ‘Famous Last Words’에 커피가 나온다.
음유시인이라는 별칭 답게 조엘은 “There's comfort in my coffee cup.”이라고 노래했다.
“내 커피잔 속에 위안이 있다.”는 멋진 표현이다.

이 노래는 제목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 그가 유언을 담겼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노래는 가을의 문턱에서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서 삶의 의미를 곱씹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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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iam Martin Joel(1949~ )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1973년 ‘피아노맨(Piano Man)’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음유시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출처: https://namu.wiki

 

커피애호가들은 이 가사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그는 맥주를 좋아했다.
그의 대표곡 ‘피아노맨’에 “피아노 소리는 축제가 되고 마이크에선 맥주 향이 난다.
(And the piano it sounds like a carnival / And the microphone smells like a beer)”라고 적은 것을 봐도 그렇다. 
 

조엘은 ‘Famous Last Words’가 수록된 열 두 번째 앨범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인생 출발을 다짐했다. 활동무대를 LA로 옮겼는데, 그곳은 당시 스페셜티 커피 바람이 일었다.

그는 유명한 피츠(Peets)을 자주 다니며 커피로 에너지를 얻었다.
한때 자살까지 시도하려 한 로커에서 그래미상 6회 수상, 음반판매 1억장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운 삶으로 반전을 이룬 데는 커피가 있었다. 그에게는 실로 커피가 위안이 됐던 것이다.

 

그는 1995년 독일 바이에른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객석의 팬에게서 “Famous Last Words의 뜻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대답에 집중이 됐는데, 그의 답은 의외이면서도 의미심장했다. 


조엘은 1939년작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GONE WITH THE WIND)’의 마지막 장면에서 노래 제목의 영감을 얻었다고 털어놨다.
우리에게 이 영화의 명사는 타라 농장으로 떠나는 레트 버틀러(클라크 게이블 역)를 두고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 역)가 한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가 유명하다. 

 

하지만 미국인에게는 레트의 대사가 더 유명한데, “솔직히, 내 알바 아니요.(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이라는 대사이다.
이 말은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영화 명대사 TOP 10 가운데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스칼렛의 변덕에 염증이 난 레트가 마침내 굴레를 벗어나 그녀를 떠난 새로운 삶을 산다는 의미를 담은 대사이다. 


조엘은 레트의 결단처럼 자신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비장한 마음을 유언을 떠올리게 하는‘Famous Last Words’로 표현한 것이다.
그 노래에 커피가 조엘을 위로하는 오브제로 들어간 것이 커피애호가로서는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박영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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