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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신부’보다 눈부시게 우리의 곁에 다가온 콜롬비아 커피
2015.04.19 17:05:00 26

헨리 마르티네스(Henry Martinez)는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
(FNC/Colombian Coffee Growers Federation)에서 생두관리자
(Green coffee manager)로 일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콜롬비아 커피관계자들이 많지만, 그는 좀 특별하다.
프로콜롬비아(Procolombia,콜롬비아수출관광해외투자진흥청)가
지난 11일 서울커피엑스포에서 주최한 ‘커피 & 푸드 페어링’은
그의 진가를 알린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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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음식의 조화로움을 설명하고 있는 ‘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FNCColombian Coffee Growers Federation)’의 헨리 마르티네스(Henry Martinez)
 
 

“첨단 분석장치로 커피의 성분을 세밀하게 파악한 뒤, 여러 음식의 화학성분들과
얼마나 일치하는 지를 살펴봅니다. 일치하는 성분이 많을수록 커피의 향미와
잘 어울리는 음식인 것이지요.”

헨리 씨는 콜롬비아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을 짝짓는 것이 관능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해발 2300m에 달하는 콜롬비아 남부 나리뇨(Narino)에서 생산되는 커피는
옥타브가 높은 가녀린 산미가 인상적이다.

나무는 혹독한 환경에서 성장보다는 번식을 위해 씨앗에 알알이 영양성분을
쌓아두기 때문에, 밀도가 높으며 단맛이 풍성한 생두가 빚어진다.
높은 당도 덕분에 산미가 부드럽게 혀를 휘감는 듯하다.

FNC의 성분분석 결과, 나리뇨 커피는 리치(lychee), 살라미(salami),
토마토(Tomato), 겨자(Mustard), 아스파라거스(Asparagus) 등에
들어있는 성분들이 많았다.

이런 데이터를 토대로 나리뇨 커피와 어울리는 음식으로 화이트와인과
레몬껍질이 가미된 ‘리치 젤(Lychee gel)’이 선정됐다.

마시는 사람의 몸을 가볍게 공중으로 띄워주는 듯한 나리뇨 커피의 기분 좋은
산미가 단맛이 감도는 리치의 신맛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커피에서 비롯된 단맛은 젤이 주는 부드러운 감촉과 ‘우리는 본래부터 하나였다’는 듯
잘 어우러진다. 이런 향미의 균형감 덕분에 오래 지속되는 여운은 산미와 단맛이
소곤소곤 속삭이듯 새콤달콤한 느낌을 길게 이어준다.
특히 레몬껍질이 나리뇨 특유의 시트러스한 산미와 눈부신 조화를 이룬다.
한마디로 ‘델리커트(Delicate)’,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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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커피의 향미적 특징을 산지와 재배조건에 따라 설명하고 있는 박영순 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커피와 음식이 이루는 향미의 조화에 대한 이런 방식의 묘사는 아직 우리에게는
익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커피와 음식의 어울림을 논의하게 시작한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커피 대국인 콜롬비아가 ‘와인의 마리아주(Marriage)’처럼 ‘커피와 음식의 조화
(Coffee & Food pairing)’를 세계적으로 처음 탐구하기 시작했고, 벨기에의 세프들이
음식에 대한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며 거들었다.
콜롬비아의 이러한 선구자적인 노력 덕분에 커피애호가들은 ‘커피와 음식의 하모니’
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누리게 됐다.

와인에서 음식과의 향미적 조화를 추구하는 문화가 뿌리 내린지는 꽤 오래됐다.
타닌성분이 많아 강건한 덕분에 오크숙성의 강도를 높여 만들 수 있는 보르도의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 와인은 향신료를 넣은 강한 풍미의
적색 육류(쇠고기, 양고기 등) 음식과 멋지게 어울린다.

풀 향기가 인상적인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은 로즈메리(Rosemary),
라벤더(Lavender), 바질(Basil) 등 허브로 만든 소스에 제격이다.
과일향이 나는 리슬링(Riesling)은 열대과일과 짝을 이루고, 꿀만큼 단
소테른(Sauternes)은 거위간(Foie gras) 구이나 향이 강한 치즈를 품어내며
정반대인 듯한 향미들을 다른 경지로 승화시킨다.

콜롬비아 남부 화산토양으로 유명한 카우카(Cauca)에서 자란 커피는 단맛이
풍성하고 레몬이나 귤과 같은 구연산의 산미가 경쾌함을 준다. 심한 일교차와
낮은 기온은 커피나무로 하여금 당을 생성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FNC가 카우카 커피를 성분 분석해 음식들과 매칭을 해 보니 딸기,
유칼립투스(Eucalyptus), 참깨(Sesame oil), 망고(Mango),
코냑 레미마틴(Remy Martin), 팝콘(Popcorn), 랍스터(Lobster) 등에
들어있는 성분들과의 일치도가 높았다.

카우카 커피는 ‘딸기 타르트(Strawberry tarts)’와 어우러지면서 꽃향기를
뿜어내는 마술을 연출했다. 커피에서 감지되는 수박과 멜론의 느낌은
딸기타르트와 어우러지면서, 잠시 뒤엔 잼을 머금은 듯한 감미로움이
입 안에서 마침내 꽃으로 피어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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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카우카(Cauca) 커피와 향미적 조화를 이룬 딸기타르트

 

커피산지로서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유네스코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콜롬비아 커피문화경관(Coffee Cultural Landscape of Colombia)’ 지역의
커피들은 파트너로 빵과 토마토가 들어 있는 ‘새우 카나페(Shrimp canape)’를
만났다.

발랄한 바디감과 과일 맛의 경쾌한 산미가 새우의 비린내를 없애주고,
뒷맛에서 느껴지는 토마토의 뉘앙스는 실제 토마토를 만나 입안을
생동감으로 꽉 채워준다.

음식을 신랑에 비유할 때, 꽤 오랫동안 신부의 자리를 독차지 했던 와인이
커피로부터 도전받고 있다. 와인보다 향미가 좋으면서 건강에 유익한 면모
등을 두루 갖춘 커피. 스페셜티 커피의 세계적인 붐과 함께 ‘고급커피의
대명사’인 콜롬비아 커피가 ‘5월의 신부’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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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커피생산자협회(FNC)의 산티아고 파르도(Santiago Pardo, 맨오른쪽) 아시아지역 대표가 티토 피니야(Tito Pinilla) 주한콜롬비아대사와 함께 향미의 조화를 체험하고 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사진 제공=커피비평가협회(CCA)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Coffee Coffee Critic Association) 협회장
세계적 와인박람회인 ‘빈이태리(Vinitaly) 2009’ 심사위원,
사케소믈리에인 ‘키키자케시(kikisake-shi) 자격취득, 맥주-위스키-차(茶)
향미평가 인스트럭터 등으로 10여 년간 활동했고, 커피와 관련한 국제자격증
및 디플로마를 27종 취득한 커피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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