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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산 작은 벌이 하와이 커피를 구할 수 있을까?
  • 커피 열매 먹어치우는 해충(CBB) 막기 위해 수만 마리 투입 계획
2023.06.01 23:29:40 226

하와이 코나-벌.png

 CTAHR는 최근 홈페이지 뉴스를 통해 아프리카산 작은 벌, P. coffea를 이용해 커피베리보러(CBB)에 대한 생물학적 방제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했다.  https://cms.ctahr.hawaii.edu/NewsLetter/ArtMID/52574/ArticleID/2729/P-Coffea-vs-CBB

커피베리보러(CBB, Coffee Berry Borer)로 인해 관내 커피 농가들의 피해가 확산되자 하와이주 농무국 등 관계 당국이 마침내 ‘보러 퇴치’를 위해 ‘신의 한 수’를 꺼내들었다. CBB의 천적 격인 아프리카산 벌(wasp)을 농장에 대거 투입해 이른바 ‘생물학적 방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카페인 등 먹어치워 쭉정이로 전락시켜   

딱정벌레 목에 속하는 CBB는 단어의 뜻 그대로 커피 과육은 물론 씨앗까지 뚫고 들어가 알을 낳는 수 mm 크기의 해충이다. CBB 애벌레는 커피 콩에서 카페인을 비롯해 갖가지 영양소를 먹어치워, 씨앗을 쭉정이로 만들어 버린다. 커피 생두에 구멍이 나 있다면, 거의 CBB가 머문 흔적이라 볼 수 있다. 화학약품으로 이를 방제하면 자칫 커피 열매까지 오염될 수 있어 대처하기도 까다롭다. 원래 중앙아프리카에서 서식했으나 현재는 각 대륙의 커피 산지로 널리 퍼져 농부들의 심각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CBB가 하와이에서 처음 발견된 것은 지난 2010년, 빅아일랜드의 남쪽 코나 지역에서다. 이후 오아후, 마우이, 카우아이에서도 서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10년대 초반 CBB가 창궐하면서 2011~2013년 하와이 커피 농가는 2570만 달러(약 340억 원)가 넘는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수년간 커피녹병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CBB마저 번성하면서 커피 농가의 시름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아프리카 벌 산 채로 들여와 수년간 연구

CBB에 대한 생물학적 방제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하와이 대학교 열대농업인적자원대학(CTAHR, UH College of Tropical Agriculture and Human Resources) 연구팀이다. CTAHR 연구팀은 2018년 ‘특정 아프리카 벌들’을 엄격한 검역을 거쳐 산 채로 배 편으로 하와이에 들여왔다. 

피마스티쿠스 코페아(Phymastichus coffea, P. coffea)라는 학명을 지닌 이 벌들은 일종의 기생벌인데, 주요 숙주가 다름 아닌 CBB이다. 지난 수년 동안 연구팀은 이 벌들이 CBB를 억제하는 데 어느 정도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 또한 하와이 고유종 등 다른 동식물 및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연구해 왔다.  

주 농무국은 이를 바탕으로 지난 2월부터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고지하고 주민 의견을 수렴해 왔다. 현재 연방정부의 최종 승인을 앞둔 상태로,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수개월 안에  빅 아일랜드의 커피 재배지에 아프리카 벌 수만 마리를 방출할 계획이다. CTAHR 연구팀은 다른 질병 등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벌을 투입할 수 있도록 2세대에 걸쳐 격리 번식을 시키고 있다.

커피콩 파고들 때 나오는 분비물이 천적 불러

얼마 전 CTAHR는 홈페이지 뉴스를 통해 “피마스티쿠스 코페아 VS CBB, 아주 작디작은 벌이 하와이 커피산업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제목으로 CBB에 대한 생물학적 방제 소식을 전했다. 이 뉴스에 따르면, 아프리카 벌이 CBB의 활동 및 번식을 억제하는 방식은 이렇다.

CBB는 커피콩과 같은 산 과일을 파고들 때 특정 화학물질을 분비하는데, 공교롭게도 이 물질이 천적 격인 아프리카 벌을 불러들인다. 1mm 크기의 아프리카 벌 암컷은 CBB 암컷의 가슴이나 복부 등에 알을 낳으며,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CBB의 체내에 기생하면서 몸을 마비시키고, 4~12일 이내에 죽게 만든다.  

아프리카 벌, P. coffea를 이용해 CBB를 억제하는 생물학적 방제는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특히 콜롬비아에서 수년간 성공적으로 시행돼 왔다. 2009년 6월 국제학술지 ‘생물학적 방제’(Biological Control)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CBB 10개체당 P. coffea 1개체의 밀도로 사용한 결과, 방제하기 전에 비해 CBB로 인한 커피 씨앗의 손상이 약 3~5.6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l 송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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