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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먼저, 세계는 그 다음”
  • 기네스 기록 세운 사이클선수의 새 책 제목에 얽힌 사연
2023.04.19 23:14:32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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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일의 대장정을 마친 제니 그레이엄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평화의 문’으로 알려진 베를린의 명물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 Gate)에서 기쁨을 나누는 모습. 이 사진이 실린 그의 홈페이지에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쯤, 그녀는 한 대의 보잘것없는 자전거 덕분에, 그리고 전 세계 덕분에 변화된 사람이 되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다.  https://jenny-graham.com/book/

‘자전거로 가장 빠르게 세계일주를 한 여성’으로 2018년 기네스 북에 이름을 올린 스코틀랜드 사이클선수 제니 그레이엄(Jenny Graham). 당시 37세의 나이로 세계기록을 세웠던 그가 자전거 세계일주에 얽힌 추억과 사색을 담은 새 책으로 최근 커피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커피 먼저, 세계는 그다음”(Coffee First, Then the World)이라는 책 제목 때문이다.

대체 그는 왜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일까. 그 사연 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그레이엄은 2018년 6월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를 향해 첫 페달을 밟았다. 그 후 4대륙, 16개국에 걸쳐 약 2만 9000km의 거리를 자전거로 달려 그 해 10월 18일 베를린으로 돌아왔다. 124일 11시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것인데, 이는 이전의 여성 세계기록을 무려 3주 가까이 앞당긴 것이었다.

그는 남성 사이클리스트인 스코트 마크 버몬트(Scot Mark Beaumont)가 2017년 자전거 세계일주 기네스 기록을 세우던 당시의 경로를 그대로 따랐다. 독일에서 출발해 폴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러시아, 몽골, 중국, 호주, 뉴질랜드에 이어 캐나다, 미국을 거쳐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를 지나 베를린으로 돌아오는 쉽지 않은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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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새 책 “커피 먼저, 세계는 그다음”에 대한 이야기가 게재돼 있는 제니 그레이엄의 홈페이지.
https://jenny-graham.com/book/

“커피는 나의 생명줄”  

더욱이 그레이엄은 별도의 지원팀 없이 세계기록에 도전해, 넉 달간의 일주 기간 동안 모든 장비를 자신이 가지고 다녀야 했다. 폭풍우와 기상이변은 물론, 끔찍한 교통 상황과 심지어 회색 곰과의 무서운 만남을 겪기도 했다. 

종종 그는 낯선 사람들의 친절함과 환대에 의존해 숙소, 음식점, 자전거 수리점 등을 찾아다니며 여러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을 체험했다. 잘 곳을 찾지 못하는 날이면 길가, 벤치, 버스 대피소, 터널, 화장실 블록, 심지어 놀이터에서 잠을 청하곤 했다.

신체적으로, 또 심적으로 너무 지쳤을 때, 그는 자기 자신과 대화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마음을 다독여 다시 페달 밟을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음에 마실 향기로운 커피 생각을 떠올리고, 뜨거운 물로 샤워할 수 있는 호텔을 찾는 것도 어려움을 견디는 또 다른 동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coffee stop)이 저의 생명줄이었어요. 다음날 모닝 커피를 얼마나 가까이서 마실 수 있느냐에 따라 그날 밤 어디서 잘지 결정했으니까요.”

최근 스코틀랜드 신문 ‘더 선데이 포스트’(The Sunday Post)에 실린 그의 회고를 보면 “커피 먼저, 세계는 그다음”이라는 제목이 정해진 배경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실제로 그는 지구를 한 바퀴 달리는 내내  “셀 수 없이 많은 커피”(countless cups of coffee)를 마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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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 그레이엄의 자전거 세계일주 신기록이 게시된 ‘기네스 세계기록’ 사이트.
https://www.guinnessworldrecords.com/world-records/fastest-circumnavigation-by-bicycle-(female)

자신, 그리고 세상과 새로운 관계 맺기  

그레이엄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자전거 세계일주를 통해 이룩한 진정한 성취는 자기 자신, 그리고 세상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기록 경신을 위해) 시간과 경쟁하며 육체적-정신적 도전과 맞서는 과정에서, 점차 모험 자체를 기쁘게 받아들이고,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순간들을 체험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책 속에서 그레이엄은 낯선 사람들과의 우정과 그에게 세상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일깨워준 수많은 문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를 진정으로 변화시킨 것은 세계 기록이 아니라, 그 자신에 대한 발견, 그리고 주변의 또 다른 세상에 대한 발견이었다고.

ㅣ송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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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니 그레이엄의 새 책 “커피 먼저, 세계는 그다음”(Coffee First, Then the World).  source: 영국 출판사 블룸즈버리(Bloomsbury)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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