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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에티오피아 난민들에게 고향을 ‘소환’하다
  • 유엔난민기구 홈페이지 실린 '난민 캠프의 커피가게 이야기'
2023.02.10 19:59:08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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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엔난민기구 홈페이지에 ‘에티오피아 난민과 커피 이야기’가 게재돼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https://www.unhcr.org/news/stories/2023/2/63db826d4/coffee-connects-ethiopian-refugees-home.html

최근 유엔난민기구(UNHCR) 홈페이지에 '커피와 에티오피아 난민 이야기'가 올라와 커피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커피가 에티오피아 난민들과 고향을 연결해 준다”(Coffee connects Ethiopian refugees to home)는 제목의 이 기사는 48세의 에티오피아 난민 여성 프레웨이니 타데세(Freweyni Tadese)와 그의  작은 ‘커피가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재 수단의 투나이드바(Tunaydbah) 난민 캠프에서 거주하고 있는 프레웨이니가 그곳에서 간이 커피가게를 열어 생계를 이어가며, 다른 여성들의 자립을 돕고 있다는 내용이다.

전통 방식 따라 우려낸 커피

기사에 따르면 그의 커피가게는 허름하지만, 에티오피아의 커피 전통을 생생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는 숯불 난로 위에서 커피콩을 구워 나무절구와 절굿공이로 일일이 간 뒤 전통적인 토기 주전자인 제베나(Jebena)에 넣고 물을 부어 끓인다.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커피를 우려내 손잡이 없는 잔에 담아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그가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대대로 내려온 전통 방식에 따른 것이다. 

프레웨이니는 “고향에서는 커피를 귀하게 여겨 집에서 직접 재배했고, 집집마다 제베나를 가지고 있었다”면서 “커피 한 잔 한 잔이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고 밝혔다.

프레웨이니는 지난 2020년 겨울 티그레이 지역에서 내전이 발발하면서 4명의 자녀와 함께 걸어서 국경을 넘어 이곳 난민캠프로 들어왔다. 당시 6만 명의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난을 피해 수단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에티오피아에 있던 또 다른 수백만 명의 사람들은 추방을 당했다.

아이 때부터 시작된 세 차례의 피난길

사실 그가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야 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어린아이 시절인 1980년대 중반 내란과 엄청난 기근을 피해 처음으로 수단으로 피난을 떠났고, 1990년대 후반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삶의 터전을 뒤로하고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그 후 어렵사리 고향으로 돌아온 프레웨이니는 다시 용기를 내어 자신의 삶을 일으켰다. 그는 티그레이 지역의 후메라에서 과일아이스캔디를 직접 만들어 팔며 생계를 꾸려나갔다. 몸은 힘들어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장사도 잘됐다. 하지만 다시 일어난 내전은 또 한 번 그의 터전을 무너뜨렸다.

커피가게를 꾸려가는 이유

두 해 전 수단의 난민 캠프에 도착했을 때, 그를 비롯한 피난민들은 돈도, 옷도 없이 굶주리고 있었다. 캠프에서 안전하게 정착하게 된 프레웨이니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냈다. 커피에 대한 사랑과 고향 집에 대한 추억으로 인해 간이 커피가게를 차린 것이다. 커피가 그의 동료이자 손님인 에티오피아 난민들과 고향 집을 연결시켜 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하루에 세 번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면, 우리는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지만, 커피를 마신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면서 “이것이 우리의 문화”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특유의 커피 문화는 일반적으로 ‘커피 세리머니’(현지어 '분나 마프라트')로 상징된다. 손님을 맞이할 때 즉석에서 전통 방식으로 커피 원두를 볶고 갈아 갓 우려낸 커피를 대접하는 전통 의식이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이 의식에 따라 하루 3번, 한 번에 3잔씩 커피를 즐긴다.

“이미 나는 더 나은 곳에 있습니다”

프레웨이니에게 이 작고 허름한 커피가게는 소망을 향한 베이스캠프이다. 그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려는 꿈을 꾸고 있다. 이미 첫 걸음은 시작됐다. 그는 가게 수익의 일부를 캠프 공동체의 다른 여성들, 특히 나이든 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쓰고 있다.

“나는 이 일을 거의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적잖은 손님들이 있습니다. 나는 (이미) 더 나은 곳에 있습니다.”

그가 남긴 이야기는 따뜻한 커피만큼 향기롭고 그윽했다.

l 송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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