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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사이언스
과연 커피는 치아를 해치는 ‘공공의 적’일까?
  • Q&A로 풀어보는 ‘커피 한 잔과 구강건강’에 얽힌 궁금증들
2022.06.09 21:49:30 486

미국치과협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 홈페이지.png

미국치과협회(American Dental Association) 홈페이지는 ‘치아에 해로울 수 있는 9대 식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커피도 그중 하나에 포함된다.   https://www.mouthhealthy.org/en/nutrition/food-tips/9-foods-that-damage-your-teeth

커피와 치아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쟁은 이미 차고 넘친다. 미국치과협회처럼 ‘치아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9가지 식품’ 중 하나로 커피를 꼽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커피 성분이 구강 내 충치균에 대한 항균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내용의 논문이 과학저널에 실리기도 한다. 

과연 커피와 치아 건강이 공존하는 지점은 어디쯤일까. 6월 9일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이미연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의 도움을 받아 커피와 치아에 얽힌 궁금증을 Q&A로 풀어봤다. 

Q: 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전 이를 닦는 게 좋다?

최근 ‘테이스팅 테이블’(tastingtable) 등 몇몇 해외 매체는 “커피를 마시기 전 이를 닦는 게 치아 건강에 나을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커피 성분들이 입안의 플라크(plaque)에 달라붙기 쉽기 때문에 미리 플라크를 제거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점심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직장인들에게 일상화되어 있는데, 과연 이러한 음용 습관을 바꿔야 하는 걸까. 

A: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피 착색에 대한 우려로 식사 후 커피를 마시기 전에 따로 양치를 할 필요는 없다.

커피에 함유된 항산화물질인 폴리페놀은 분자구조에 ‘페놀릭 히드록시 그룹’(phenolic hydroxyl functional group, -OH)이 많은 유기산의 통칭이다. 페놀릭 히드록시 그룹은 쉽게 산소를 받아들여 산화되는 성질이 있어, 체내의 활성산소와 먼저 반응함으로써 항산화 효과를 나타낸다. 또 이 그룹은 극성을 띠기 때문에, 극성 결합을 통해 물질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지게 된다. 

따라서 음식물이나 치태(플라크)로 표면이 오염된 치아는 커피 성분이 달라붙기 더 쉬운 조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치태와 커피 성분 모두 올바른 양치질을 통해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으므로, 식사 후 커피를 마실 때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없다.


Q:  커피가 치아 착색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있을까?

커피 음용과 치아 착색에 관한 연구는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소개돼 있다. 커피 속 탄닌 성분 등이 치아 착색을 일으킨다는 내용인데, 커피애호가들의 치아 착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엄밀히 말해 모든 색깔 있는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치아 착색 가능성이 있다. 단순히 커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미이다. 치아 착색을 방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음식물 섭취 후 바로 양치하는 것이다.

건강한 치아면(치아의 표면)은 아주 매끄럽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조개껍데기와 같은 결을 가지고 있다. 색상이 있는 음식물이 치아면에 달라붙은 채로 오래도록 제대로 닦이지 않으면, 이 미세한 치아결 사이에 침착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얼룩진 옷을 방치했을 때, 섬유 사이에 찌든 때가 끼는 것과 비슷하다. 

커피의 경우 본래 색깔이 짙은 데다 폴리페놀 성분으로 인해 치아면에 붙기가 쉽기 때문에 다른 음식물에 비해 착색 효과가 두드러질 수 있다. 따라서 커피를 포함해 모든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바로 양치를 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곧바로 양치하기가 어렵다면, 가볍게 물로 입안을 헹구는 것도 착색 방지에 도움이 된다. 

음식물끼꺼기와 세균막에 무기질이 침착되어 형성된 치석의 표면은 치아에 비해 훨씬 더 거칠어 커피 착색이 더 쉽게 발생한다. 주기적으로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을 받으면, 커피를 즐기면서 치아도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 


Q: 커피 마신 후 곧바로 양치질을 하면 법랑질(에나멜)이 상할 수 있다고 하는데.

커피가 약한 산성을 띤 음료여서 치아의 법랑질을 약화시킬 수 있으며, 특히 치약의 연마제와 합쳐지면 법랑질이 손상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때문에 커피를 마신 후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양치하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과학적으로 타당한 내용인지 알고 싶다.

A: 커피에는 유기산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약한 산성을 띨 수 있다. 그러나 한 번의 커피 섭취로 인해 치아의 법랑질이 약화된다거나, 한 잔의 커피와 치약 내의 연마제로 인해 법랑질이 손상될 수 있다는 말은 과학적인 서술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는 탄산음료나 과일, 초무침 반찬, 김치 등 커피보다 훨씬 강한 산성을 띠고 있는 음식물을 매일 섭취하지만, 그로 인해 즉시 치아의 법랑질이 손상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법랑질의 화학적 산화반응(부식)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히 많은 양의 수소이온(H+)이 충분히 오랜 시간 동안 치아면에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입안의 침은 천연 완충제(buffer)로서 어느 정도의 산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다.

즉, 수소이온 농도가 높은 강산이 치아에 닿거나, 약산이더라도 침의 중화작용을 배제시킨 채 장시간 치아에 접촉할 때에 법랑질의 탈회(demineralization) 즉, 치아면이 부식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단지 커피를 한두 잔 마신 뒤 양치질을 하는 것으로 인해 법랑질이 손상될 정도로 치아 표면이 약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건강한 치아라면 커피를 마신 후에 바로 양치질을 해도 무방하다. 참고로, 보통의 치약은 치아를 마모시킬 정도로 거친 연마제를 함유하지 않으며, 오히려 가는 소금이나 베이킹 소다를 사용해 이를 닦는 습관이 치아를 손상시킬 우려가 크다.     


Q: 커피애호가들이 커피를 즐기면서 치아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커피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크게 엇갈리는 듯하다. 커피를 치아 건강에 해로운 ‘공공의 적’처럼 여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커피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해외 논문이 발표되기도 한다. 커피와 치아 건강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생활 속 팁이 있다면 소개해주길 바란다.

A:  평상시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 이외에 치아 건강을 위한 왕도는 딱히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평소 커피를 즐기는 한 사람으로서 개인적인 의견과 경험을 이야기할 수는 있을 듯하다. 

평소 커피와 차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어서, 하루에 족히 예닐곱 잔은 마시는 것 같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커피를 마신 다음에는 거의 바로 물을 마신다. 커피를 마시면 입안이 건조해지는데, 입안을 헹구면서 수분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이들에게는 매번 양치질을 하는 것이 사실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탕이 들어간 커피를 마시는 경우에는 양치질을 결코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개인적으로 평소 ‘시린이’ 전용 치약을 사용하는데, 여기에 연마제가 없다 보니 아무래도 착색 방지 효과는 적은 듯하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는 집에서 시린이 치약을 쓰고,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반 치약을 사용해 양치하는 식으로 번갈아 쓰며 보완하고 있다.  

송영철 기자
 

[참고자료]

2002년 2월 미국화학협회 간행물인 ‘농업 및 식품 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커피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Coffee May Help Prevent Cavities)는 제목으로 커피의 항균 효과를 다룬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에는 볶은 커피 원두로 만든 커피가 치아 우식증의 주요 원인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 mutans)를 포함한 특정 미생물에 대한 항균 작용을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02/03/020307074142.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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