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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벌 없으면 커피밭 헥타르당 132만원 손실
  • 버몬트大 군트환경硏, 코스타리카 커피농장 30곳 생태실험
2022.04.26 23:39:45 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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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버몬트대학교 웹사이트에 “The Secret to Better Coffee? The Birds and the Bees”이라는 제목으로 연구내용과 함께 게재된 관련 사진. https://www.uvm.edu/news/gund/secret-better-coffee-birds-and-bees

 

커피 애호가라면 이제 자연의 생태계, 특히 새와 벌의 생존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새와 벌의 도움 없이는, 심지어 자가 수분을 하는 커피종일지라도, 커피 수확량이 크게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기 때문이다.

4월 초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커피나무 생태계에서의 해충 구제 및 수분 기능의 상호작용”(Interacting pest control and pollination services in coffee systems)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버몬트대학교 군트환경연구소(Gund Institute for Environment) 국제연구팀의 연구 논문이 그것.

이 논문에서 연구팀은 실제 커피농장에서 이루어진 실험을 통해 벌의 수분과 새의 해충 구제 활동이 없는 경우, 커피 열매 수확량의 약 25%가 감소했으며, 이로 인한 손실은 1헥타르(ha)당 1066달러(약 132만 5000원)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반면 새와 벌이 함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하는 경우에 커피나무로부터 더 크고 풍성한 과실을 얻을 수 있었다며 이는 자연의 기여가 어느 한 종이 개별적으로 기능할 때보다 각각의 기능이 결합됐을 때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열대농업연구-고등교육센터(CATIE)의 알레한드라 마르티네스-살리나스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자연의 혜택을 평가할 때, 각각 따로 계산하고 나서 단순히 그것을 더하는 방식이 적용됐다”면서 “하지만 자연은 중요한 시너지 효과와 트레이드-오프(서로 대립되는 요소 사이의 균형)로 가득 찬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이다. 우리는 실제 농장에서 현실적인 규모로 이루어진 최초의 실험을 통해서 이러한 상호작용의 생태학적, 경제적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테일러 리켓 군트환경연구소 소장은 “이러한 결과는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농업과 인간의 웰빙에 끼치는 혜택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코스타리카에 있는 커피농장 30곳에서 자가 수분을 하는 아라비카 커피나무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농장마다 8그루씩 커피나무를 선정해 ▲새만 활동하는 경우(해충 구제) ▲벌만 활동하는 경우(수분) ▲새와 벌 모두 활동하지 않는 경우 ▲자연 환경 그대로[벌들이 자유롭게 수분을 돕고, 새들이 커피 베리 보러(coffee berry borer) 같은 유해충을 잡아먹는 경우] 등 4가지 경우에 따라, 수확하는 커피 열매의 질과 양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봤다. 연구팀은 각 조건에 따라 새와 벌을 차단할 수 있도록 대형 그물이나 소형 망사 주머니를 커피나무에 설치했다.  

실험 결과, 새와 벌의 활동이 없는 경우, 평균 수확량은 24.7% 감소(헥타르당 약 1066달러의 손실)했다. 반면, 새와 벌이 함께 활동한 경우에는 커피의 품질과 가격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인 열매의 착과, 중량 및 균일성 등에서 새와 벌이 개별적으로 활동한 경우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커피나무에서 수확하는 열매의 양과 질이 새와 벌의 ‘협업’ 덕분에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연구팀이 자리한 버몬트를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로부터 새들이 수천 마일을 날아와 코스타리카의 농장에서 커피나무의 해충을 구제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미국 어류-야생동물 관리국(USFWS)의 지원을 받아, 농장의 환경 변화가 새와 벌의 ‘기여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군트환경연구소의 박사 후보인 나탈리아 아리스티자발은 “우리가 새와 벌의 기여 활동을 측정하는 한 가지 중요한 이유는, 우리가 의존하고 있지만 때때로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많은 종을 보호하고 보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새, 벌, 그리고 수백만의 다른 종들은 우리의 삶과 생계를 지탱해 주고 있지만, 이들은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와 같은 위협에 직면해 있다”며 가장 시급한 일은 이들을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커피 베리 보러는 전 세계적으로 커피 생산에 가장 큰 해를 끼치는 해충 중 하나다. 2016년 1월 ‘연구와 개발’(Investigación y Desarrollo)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크기는 수mm에 불과하지만 커피 열매에 파고 들어가 에스프레소 500잔 분량의 카페인을 먹어 치우는 먹성을 지녔다. 이 작은 벌레의 장 내에는 카페인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서식해 사람도 흡수하면 치명적일 정도의 카페인을 너끈하게 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송영철 기자

 

<참조1> 미국 버몬트대학교 웹사이트

https://www.uvm.edu/news/gund/secret-better-coffee-birds-and-bees

<참조2> 미국국립과학원회보

https://www.pnas.org/doi/10.1073/pnas.2119959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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