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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공공기관의 ‘스타벅스 편애’ 이대로 좋은가
  • 대국민 이벤트 경품 절반은 스타벅스 기프티콘, 두 번 우는 골목카페
2022.02.15 20:08:28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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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겪는 서민 카페들의 고충을 누가 알아줄까. 정부-공공기관이 경품 행사에 스타벅스 커피쿠폰을 대량 구매해 뿌리고 있다. 국민 세금을 스타벅스 장사를 해주는데 쓰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이 최근 1년간 각종 대국민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경품으로 주로 스타벅스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골목카페 및 영세 커피숍이 더욱 극심한 생존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커피 공룡’ 스타벅스의 몸집 키우기를 앞장서 도와준 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골목상권 및 영세 소상공인 보호를 주요 민생 방안으로 제시해 왔지만, 실제 행정 일선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커피데일리>가 정부의 대표 포털인  ‘정부24’ 사이트에 게시된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의 대국민 이벤트 경품 현황을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진행된 40여 건의 이벤트 가운데 절반가량인 20건에서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주요 경품으로 제공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제외하더라도 공공기관의 이벤트 경품이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모바일상품권 등 대기업 기프티콘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네이버 등 포털에 별도 게시된 대국민 이벤트에서도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경품으로 다수 제공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기관의 대국민 이벤트에서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경품으로 제공된 대표적인 사례는 아래와 같다. ▷한국교통안전공단 2022년 설연휴 교통안전 캠페인 ‘지켜주면 안전하호(虎)’ 퀴즈 이벤트 (2022.1.26.~.2.2.) 모바일 커피교환권 250명,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자력 e-뉴스레터’ 구독 캠페인(2021.12.29~2022.1.10.) 카페아메리카노 기프티콘 300명,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 ‘2021 경기 스타트업 Jump Up’ 온라인 사전 예약 이벤트(2021.11.1.~11.10.) 커피 기프티콘 100명, ▷소비자24(정부 운영 소비자 포털) ‘안전하게 자전거 타기 퀴즈 이벤트’(2021.10.18.~10 31.) 커피 기프티콘 200명, ▷한국고용정보원 ‘여름 안에서 검사 더하기’ 이벤트(2021.8.6.~8.19.) 아이스아메리카노 기 프티콘 500명 등이다. 

특히, 지난해 6월 ‘2021 대한민국 동행세일’의 참여 유도를 위해 진행된 ‘4행시 이벤트’에서도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625명에게 경품으로 제공된 것으로 나타나 정책 방향과 일선 실무가 얼마나 괴리돼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행세일’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소비자의 상생을 위해 기획한 행사인데 골목카페나 소규모 커피숍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이 이벤트 경품으로 대기업 커피상품권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영세 커피숍 및 골목카페 업주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나 공공기관의 스타벅스 기프티콘 경품 제공은 두 가지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하나는 국민 혈세가 아무런 동의 과정도 없이 특정 대기업의 매출 신장에 쓰인다는 점, 다른 하나는 정부 공공기관의 이러한 일상화된 행태로 인해 스타벅스라는 커피공룡의 아성이 더욱 굳건해지는 반면 골목의 커피 상권은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 체제로만 운영되기에 매출 이익이 본사로 고스란히 환수된다.  

시장전문가들은 대기업 상품권 위주의 경품 관행을 개선해 골목상권에도 실질적인 효과를 끼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기프티콘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일종의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현재 경품으로 일부 활용되고 있는 온누리상품권의 가맹 영역 확장,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 기반 기프티콘 개발 등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시흥시가 지역화폐를 연계해 골목상권 전용 기프티콘으로 출시하는 ‘시루 동네티콘’도 비근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의 취향에 따른 스타벅스 커피 선호를 ‘로맨스’라 한다면, 골목상권의 커피점 업주들에게 공공기관의 스타벅스 편애는 ‘불륜’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계속 부적절한 편애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국민, 소상공인이라는 조강지처와 새로운 로맨스를 시작할 것인지 정부와 공공기관의 자성과 결단이 필요한 때이다. 
송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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