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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신간] 커피캐스팅_커피, 그 이상(理想)으로 가는 안내서
  • ‘함께 숨쉬는’ 카메룬 커피와 농부에 대한 진솔한 기록
2022.01.25 16:45:18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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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커피란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좋은 맛과 품질 그리고 가격만이 아닌 자연에서부터 농부 그리고 유통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투명하고 공평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좋은 커피를 만나기 위해서는 커피 산지에 들어가 내가 찾던 커피를 사냥(hunting)해 오듯 수입하는 ‘커피 헌터’가 아닌, 커피 농사가 삶의 전부인 그들의 삶이 소개되고 빛나야 한다.”

《커피캐스팅》은 저자가 수년 간 발품을 팔며 카메룬 커피 산지마을을 찾아 관계를 맺고 '작은 농부들의 커피'를 수입해온 기록이다. 
캐스팅(casting)은 ’던지다, 보내다’는 뜻이다. (주)샤인위드컴페니언 이사로 있는 저자는 커피 농사가 삶의 전부인 작은 농부들의 삶과 커피를 소개하는 ‘커피캐스팅 디렉터’를 자임한다. 단순히 등급과 가격을 매겨 커피를 사냥(hunting)하듯 수입하는 ‘커피 헌터’와 다른 지점이다. 

이 책은 커피캐스팅 디렉터로서 카메룬의 작은 커피 농부들과의 인연을 맺고, 이어간 과정을 담았다. 오쿠-토론, 아케, 음베싸 등 마을 이름만으로도 저자의 여정에 커피 그 이상, 곧 사람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은 추천의 글에서 “커피 재배자들의 삶 속으로 기꺼이 자신을 던지는 전문가”라며 “카메룬 커피를 보면 농부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말한다. 

책은 2014년 카메룬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시작된다. 축구 잘하는 나라로만 알고 있던 독자들에게 카메룬의 역사를 알려준다. 분단된 한반도처럼 카메룬도 오랜 세월 동서로 나뉘어 있었다. 이어 카메룬이 커피나무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유, 커피산업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본론에서 본격적으로 카메룬 커피 농부와 산지마을을 만난다. 카메룬 힐탑 농부직거래조합을 만든 마티 폰차(Matti Foncha) 씨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가파른 비포장도로를 달려 카메룬 북서지역에 분포한 커피 산지마을 11곳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슬아슬하다. 저자가 꼼꼼히 찍어둔 사진이 곳곳에 배치돼 이해를 돕는다. 아직 전통이 남아있는 마을 족장들의 생활상도 생생히 담아, 커피뿐 만아니라 카메룬의 문화도 엿볼 수 있다.

책 후반부는 저자가 커피사업을 하며 느낀 생각을 정리한 글을 모았다. “커피는 홀로 만들어지 않는다”며 재배지를 위한 어깨동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얼굴이 있는 커피’를 전하려는 저자의 의지를 확인하게 한다. 사람에 집중한 커피철학은 자연환경에 대한 우려로 이어진다. 
“커피는 재배에서부터 건조, 가공, 로스팅, 포장, 추출 등 여러 과정에서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 커피사업을 하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는 게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커피 소비도 줄여야 한다. 그래야 재배작물의 생산 균형은 물론 적정한 가격을 보장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지나치면 부족함만 못하다고 했다. 지나친 커피 사랑은 이별의 더 큰 아픔을 남길지도 모르기에….” 

커피는 단지 기호식품, 그 이상(以上)이 되었다. 사유의 도구이자 소통의 매개이다. 《커피캐스팅》은 커피의 의미를 더욱 확장시킨다. ‘함께 숨쉬고, 함께 빛나는’ 이상(理想)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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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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