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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사이언스
커피, 고개숙인 남성들에게 비아그라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2016.12.19 11:54:59 112

“커피를 마시면 영 힘을 못 써서...”

 

커피를 정중히 거절하며 다소 음산하게 웃는 40대 어느 아저씨의 이 말은 틀렸다.
남성의 발기부전에 커피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전해지면서, 커피를 마시면
정력이 떨어진다는 항간의 소문이 힘을 잃고 있다.

 

커피가 정력을 떨어뜨린다는 논란의 뿌리는 깊다. 기원전 900년경 솔로몬을 찾았던
시바 여왕은 당시 최음제로 사용되던 커피의 유혹에 빠져 솔로몬과 사이에 아들을
낳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 아들이 에티오피아의 초대 국왕인 메넬리크 1세이다. 이어 14세기 오스만 제국
때에는 남편이 집안에 커피를 충분히 조달하지 않으면 이혼 사유가 됐다.
신부들에게는 결혼지참금과 같았다.

 

1674년 커피가 영국에 전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를 둘러싸고 인류 최초의 성별
논쟁이 벌어졌다. 여성들이 카페를 자주 들락거리며 커피에 빠져든 남자들에게 불만을
품고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다.

탄원서의 명칭은 <커피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탄원 - 남성의 활력을 저하시키는 과한
커피 음용으로 부부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탄원서>.

내용을 살펴보면 웃음거리로만 넘길 수 없다. 당시 검은 음료 커피에 남편을 빼앗긴
여성들은 자못 진지했다.

탄원서는 “커피가 남성을 부실한 열매를 맺는 불모지처럼 만든다.
이렇게 되면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 남편들의 커피하우스 출입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남성 측에서 <커피를 반대하는 여성들의 탄원에 부쳐 -
근거 없는 커피 비방에 대한 남성 측의 답변>을 냈지만 소용이 없었다.

찰스 2세가 1675년 커피하우스 금지령을 내렸다. 이 사건 때문인지,
1990년대 커피가 몸에 해롭다는 보도들이 잇따른 탓인지 모르지만
‘고개 숙인 남자들’은 커피를 금기시 한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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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방송인 전철우씨가 콜롬비아 킨디오에 있는 라 모렐리아 커피농장을
방문해 재배자인 파비안(왼쪽)과 함께 신선한 커피 체리를 내보이고 있다.
파비안은 인류의 건강을 위해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면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텍사스대학의 건강과학센터가 남성 3,700명을 상대로 카페인과
발기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한 뒤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루 85~17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기불능인 비율이 42%나 적었다.

하루 커피를 2~3잔 마시면 발기불능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결과이다. 다만 발기 불능을 유발하는 비만, 과체중, 고혈압, 당뇨 등
여러 요인 가운데 당뇨성 발기부전에는 커피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페인이 성기의 혈관을 이완시켜서 혈액 공급을 늘어나게 함으로써
발기력을 향상시켜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카페인과 성기능 간의 상관관계는 과체중인 남성들에게서 두드러졌다.
커피는 또 발기의 지속 시간도 늘려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비축된
지방분의 방출을 도와 발기가 지속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력을 높이는 것 또는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비결은 혈관 확장 능력에 있다.
발기는 음경에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이 쏠리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혈관을 확장시키는 음식은 성 개선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특히 음식은 발기부전치료제들이 갖는 안면홍조,
소화장애, 두통 등의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교감신경을 활성화함으로써 심장박동과 혈관팽창 등의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카페인이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위안을 넘어 대안이 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
필자는 뉴욕 CIA 향미전문가, 프랑스 보르도 와인블렌딩, 일본 사케소믈리에,
이탈리아 바리스타. 미국커피테이스터, 큐그레이더 등 식음료관련 국제자격증과
디플로마를 30여종 취득한 전문가이다.
20여년간 일간지에서 사건 및 의학전문기자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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