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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사이언스
감기약과 커피 함께 먹는다고 죽기야 하겠어? 글쎄…
2016.10.18 13:20:04 429

“오빠! 감기약을 커피랑 먹으면 어떻게!” 
“종종 이렇게 먹는데?” 
“카페인이랑 약이랑 같이 먹으면 안 된데.” 
“괜찮아. 죽기야 하겠어” 

청춘남녀의 알콩달콩 데이트가 감기약과 아메리카노로 인해 티격태격 공방으로
번질 조짐이었다. 남자를 향해 “네, 죽을 수도 있습니다”라고 제법 정색을 하며
끼어들까 말까 저울질하느라 아까운 마키아토가 식어 가는 줄도 몰랐다.  

환절기마다 의료기관과 단체들이 “감기약을 커피와 함께 먹으면 카페인 쇼크
등으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얼마 전 ‘약과 음식도 궁합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대국민 홍보자료를 내고 감기약을 커피와 함께 복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감기(Common Cold)는 200여 종의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해 코와 목 등 호흡기에서
발생하는 급성 감염 증상을 일컫는다. 재채기-콧물-인후통-기침-두통-근육통과 같은
증상이 동반되는데, 사실 바이러스를 없앨 특이적인 치료법은 없다.

의사와 약사들이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하면서 과로를 피하라”는 말을 특히
감기환자에게 당부하는 것은, 사실 직접적으로 감기바이러스를 없앨 약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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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병원에서 처방하는 감기약이란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보조적인 약에 불과하다. 처방된 감기약은 대부분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항생제를 비롯해 해열제, 진해제, 거담제,
항히스타민제 등이다. 

기관지 천식이나 만성 기관지염 등에 사용하는 알부테롤, 클렌부테롤, 테오필린 등
기관지 확장제는 커피처럼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함께 복용하면 중추신경계를
자극시켜 흥분, 불안, 심박수 증가와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테오필린(Theophylline)은 찻잎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유도체로서
화학구조가 카페인과 유사하다. 따라서 평활근 이완작용, 심근흥분작용,
이뇨작용 등 카페인과 유사한 신체반응을 유발한다.  

이처럼 복합진통제나 감기약에는 카페인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커피나 초콜릿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와 복용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없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콧물, 코막힘, 기침을 가라앉히는데 주로 사용되는 에페드린(Ephedrine)도
카페인과 유사한 기능을 한다.

쓴맛이 나고 흰색 결정의 알칼로이드 화학구조를 갖는 에페드린과 카페인은
둘 다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압을 높이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동시에
섭취하면 과잉반응을 유발하게 된다.

감기약에는 대체로 무수카페인이 들어간다. 몸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넣는
아세트아미노펜의 해열진통 효과를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무수카페인은 빠르게 흡수되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약효가 나타난다.
여기에 약을 복용할 목적으로 카페인이 들어 있는 커피를 추가하는 것은
유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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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물과 재채기를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로라타딘, 세티리진,
클로르페니라민, 펙소페나딘 등)는 졸음을 유발하는데, 졸음을 쫓기 위해
감기약과 함께 커피를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다. 아스피린을 복용한 뒤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위장이 과도한 자극으로 인해 출혈까지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약물은 보통 간이나 신장에서 대사되는데, 카페인과 상호작용하면 혈압이 치솟는
현상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어 종합감기약과 같이 커피를 마실 경우 심장발작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와 함께 카페인이 침전물을 만들어 약의 체내 흡수를 방해하는 측면에서도
커피를 약과 함께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커피와 건강과 관련해서 무엇 무엇을 하면 좋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을 두고,
굳이 “죽기야 하겠어”라며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카페인은 묘한 위치에 있다.

뇌에 작용하기 때문에 인체의 신호전달체계에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인류가 해명하기 못한 현상들을 일으킨다.

더욱이 카페인을 여러 신체반응을 유발하는 약들과 함께 복용할 경우,
누가 “죽기야 하겠어!”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의사와 약사들이 커피와 감기약을 함께 먹지 말라고 자주 경고하는 깊은 이면에는,
흔치 않더라도 목숨까지 잃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여 신중하게 행동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혜로운 처신이다.  

 

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
필자는 뉴욕 CIA 향미전문가, 프랑스 보르도 와인블렌딩, 일본 사케소믈리에,
이탈리아 바리스타. 미국커피테이스터, 큐그레이더 등 식음료관련 국제자격증과
디플로마를 30여종 취득한 전문가이다.
20여년간 일간지에서 사건 및 의학전문기자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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