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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 행복을 주는 '커피학 개론'_박영순 커피비평가협회장
2015.10.08 14:30:27 29

오투포커스 신문 10월08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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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에 미쳐 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고, 때문에 용기와 열정 그리고
신념이 필요한 일이다.

커피비평가협회장 박영순 교수. 그는 20년간 해온 언론인 생활을 접고
지난 2년 동안 커피에 '미쳐' 살았다. 10년 이상 파헤친 와인과 위스키,
사케와 차, 맥주에 이어 선택한 커피를 섭렵하기 위해 박 협회장은
커피 관련 자격증과 디플로마만 33종을 취득했고, 커피 전문가 자질로서
핵심인 '맛'의 감별력을 위해 커피 테이스터(Coffee Taster) 과정을 따로
특허청에 상표 등록하였다.

무가지 신문의 양대 산맥이었던 메트로와 포커스신문을 창간한 언론인에서
자타공인 최고 커피 전문가로 변신한 그를 의정부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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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경민대학교 호텔외식과 겸임교수가 콜롬비아 안티오키아 BCC심판관으로 활동하는 모습

 

►CCA(Coffee Critic Association)는 언제부터 구상하신 건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2011년 10월 하와이 코나로 '커퍼(Cupper)' 자격증을 취득하러 간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와인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와인, 위스키, 맥주, 사케 등 알코올
음료와 차(녹차, 우롱차, 보이차)에 대한 향미 평가와 묘사에 관심이 많았을 때였지요.
특히 와인은 2002년 세계일보를 떠나 메트로신문을 창간해 자리를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그 전 직장에서는 사회부(시경캡)와 정치부에서 일하면서 문화적인 취재 영역은
접하지 못한 터였는데, 메트로신문에서 일하면서 기자로서 문화, 예술 영역을
접하게 됐습니다. 경찰과 검찰을 거의 10년간 취재하면서 거칠어진 제 감성에
단비가 내리게 된 것입니다.

어쨌든, 가물었던 땅에 비가 스며들듯 저는 와인에 빠져들었습니다.
2009년 3월엔 빈이태리박람회 한국대표 와인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수준이었지요. 그러나 심사한 것이 역설적으로 와인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 12일간 머무르면서 하루에
 200종에 달하는 와인을 테이스팅했는데, 저는 마냥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비슷비슷한 와인을 맛보면서 어떤 것이 더 훌륭한 것인지를 점수 매겨야
한다는 것이 제게는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제 능력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숙제였음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세계 각지에서 100여명의 전문가가 한 공간에 모여 12일간 수천 잔의 와인을
마시며 평가하는데, 저만 빼고 모든 사람이 행복에 넘쳐보였습니다. 
그 때 저는 느꼈습니다. “아! 내가 와인전문가가 아니구나. 그럴 자격이 없구나!” 

7년 여 동안 와인을 취재하면서, 언젠가부터 제가 와인전문가로서 행세를
했던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앞으로 테이스팅과 관련한 취재를 한다면, 그리고 그것이
마음에 들어 전문가 수준까지 올라가고자 한다면 제대로 공부를 하면서
취재해야한다고 다짐했습니다.

 

바리스타, 로스터 자격증을 따서 제법 커피를 잘 볶고 에스프레소 머신을
다루며 커피를 추출하고 라떼 아트도 할 정도가 됐지만, 커피를 마시고
그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나쁜 커피인지 구별해 제3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반문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커피재배지를 다니며 커피가 태어나 자라는 과정을 올바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선, 
그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스토리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맛만 봐도 좋은 커피인지, 나쁜 커피인지를 알 수 있는 전문가가 되기를
희망하며 하와이코나에서 커퍼자격증 과정을 밟으면서 션 스테이먼 박사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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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스테이먼 박사. 그는 배우 이서진과 함께 조지아 커피 광고 모델로 활약했다.
 

션 박사는 얼마 전 방한해 배우 이서진과 함께 조지아 커피 광고모델을 한
인물입니다. 당시 션 박사는 자격증 과정에 있던 강사였고, 저는 그의
전문성에 매료돼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메일을 통해 가르침을 받는 사이가 됐지요.
 
급기야 그를 2012년부터 한국에 초청하면서 커피학을 배웠고, “커피의 향미를
정직하게 평가하고 올바로 표현하자”는 것을 모토로 커피비평가협회를 창립하게
됐습니다.

►CCA의 가장 큰 의의(목적)는 무엇일까요?

온 세상 사람들이 좋은 커피만을 가려 즐김으로써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CCA가 이루고 싶은 가장 소중한 가치입니다.

좋은 커피란, 향미만 좋은 것이 아니라 건강에 좋습니다. 
커피의 유래를 잘 살펴보면, 인류가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것은
맛 때문이 아니라 신체에 에너지를 불러일으켜주는 효과 때문이었지요.
좋은 커피는 신체에 건강을, 삶에 행복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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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비평가협회의 심벌인 '커플라이'. 커피로 인한 행복을 전하는 나비를 형상화한 것이다.
 

좋은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커피를 즐기는 소비자 스스로 좋은 커피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커피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양심에만 맡겨 좋은
커피가 유통되기를 기대하긴 힘듭니다. 

커피 소비자들이 맛을 보고 좋고 나쁨을 구별해 좋은 커피만을 가려 마신다면
자연스레 좋은 커피만이 유통될 것입니다. CCA는 그런 캠페인을 하기 위한
커피전문가들의 국제적 네트워크입니다.

►미국과 중국, 홍콩과 말레이시아에도 본부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제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결코 수월치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힘드신 점은 없었나요?

CCA는 2011년 5월 커피비평가협의회로 발족했고, 2013년 9월 커피비평가협회로
개명해 출범했습니다. 이 때 CCA 미국도 함께 출범하면서 커피전문가들의
글로벌네트워크로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CCA 미국의 협회장은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하와이 코나에서 커피나무를
재배한 김은상 씨입니다. CCA가 이루고자 하는 가치에 동참한 것이지요. 
이후 미국은 주와 대도시 단위로 본부가 결성되고 있습니다.
 
CCA 뉴욕, CCA LA, CCA 노스캐롤라이나 등이 있습니다. 
중국도 CCA 상하이, CCA 심천이 발족됐고 내년 초에 CCA 북경과 CCA연길이 출범합니다. 

내달 24일에는 CCA 인도가 출범하고, 지난달에는 CCA 콜롬비아가 발족했습니다.
CCA 글로벌네트워크는 이제 시작입니다.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자주 열어 “좋은 커피를 확산시켜 나가자”는 가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입니다. 

커피애호가라면 누구나 CCA의 가치를 지지해 주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확장시켜
나가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어려운 게 있다면 그런 가치를 꾸준하고
의욕적으로 실천해나갈 의지가 있는 사람을 검증하며 만나 인연을 맺는 과정이지요.  


►언론인 생활을 오래 하셨는데, <커피데일리>는 그 연장인 건가요?

<커피데일리>는 제가 커피를 취재하기 시작하면서 커피전문가에게 아이디어 차원에서

설립을 추천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시작을 했는데,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겠지요. 
커피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필요하고, 인터넷신문이기 때문에 기자의 자질도 필요하겠고요. 

그러던 차에 2013년 3월 14일 제가 20년간 몸담았던 언론을 떠나

커피에 이른바 '올인'하면서 <커피데일리>는 저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제가 2013년 9월, 뜻을 함께 커피전문가들과 함께 커피데일리를 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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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데일리는 커피전문가들의 연합블로그 형태를 띠고 있다.
 

►스태프 각자의 블로그 형식이 눈에 띄었는데, <커피데일리>는 기본적으로 어떻게 운영되는 매체인가요?

< 커피데일리>는 형식은 인터넷신문이지만, 내용을 보면 커피전문가들의
연합블로그 형태입니다. 뉴스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커피에 대한 정보라면
스트레이트 뉴스, 사진 뉴스, 칼럼, 에세이, 논단 등을 가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커피데일리는 커피애호가들 사이에는 '공부하는 사이트'로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습니다. 뉴스보다는 공부할 만한 정보가 많은 인터넷신문입니다.

 

►교육과정에서 ‘CCA자격증’과 ‘국제자격증’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급’에서 차이가 있는 것인지?

흔히 자격증이라면 국가고시처럼 대단한 것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렇지 않습니다. 
세계적으로 모든 커피자격증(바리스타, 로스터, 테이스터)은 100% 민간자격증입니다.
다시 말해, 그 자격증이 없어도 카페를 차리거나 바리스타, 로스터, 테이스터로 일하는데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은 묘하게도 사람들을
천 여 명씩 모아 중고등학교를 빌려 학력고사 치르듯 필기시험을 보고, 지정검정장이라 
해서 별도 시험 장소에 모아두고 실기시험을 치릅니다.

외국의 경우, 바리스타와 로스터는 취미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물론 취미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고 난 뒤에는 대회 진출, 카페 오픈 등을 통해 전문적으로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마치 국가자격증을 취득한
것처럼 신성시 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후죽순 여기저기서 바리스타 자격증 교육을 하면서 부작용이 생기다보니 올해부터는
민간자격증을 국가에 등록하도록 했고, 민간자격증법에 의거해 자격증 과정을 정부에
등록한 곳에서만 커피교육을 하도록 했습니다.

CCA자격증은 정부(주무부서:식품의약품안전처)에 등록한 자격증 과정입니다. 
바리스타, 로스터와 테이스터(국내에서는 처음) 등 3개 자격증 과정이 있습니다.

CCA는 한 번 교육에 2~3명(머신 1대 기준)만 가르칩니다. 
한 번 교육에 20명씩 모아 머신을 사용하는데 기다리도록 줄 세우지 않고, 
필기시험도 마치 운전면허시험처럼 문제집을 외우게 하고는 학교를 빌려
국가고시 보듯 하지 않습니다. 이런 점은 소비자들이 먼저 잘 아시고
스스로 거부해야 합니다.

CCA 자격증과정은 모두 전문성을 인정받는 감독관이 감독하는 상황이라면
카페에서도 진행할 수 있고 학원에서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영국에 본부를 둔 SCAE(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미국에 본부를 둔 
SCAA(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는 짧게는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3~4시간
교육을 거쳐 필기, 실기시험을 치르고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격증이 국내에 들어와서는 엉뚱하게 형식에 얽매인 국가고시처럼
진행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자격증 역시 영국과 미국의 민간자격증입니다. 다만 국제사회에서
이들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커피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해주는 풍토입니다. 국내 자격증이 국제무대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교육과정이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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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랜차이즈가 정말 ‘우후죽순’이라 표현해도 좋을 만큼 많은 요즘입니다. 
  전문가로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커피 전문점이 많다고 하지만 1980년대 초반 다방 숫자 보다는 적다는 말이 있습니다.
커피프랜차이즈는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의 문화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에서, 사람을 밖에서 만나는 문화로 바뀌면서 이른바
사랑방을 대신할 공간이 필요한데, 커피전문점이 거기에 딱 들어맞는 것이지요.남편을 출근시키고 집에 모여 담소를 나누던 주부들의 문화도, 미장원에서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문화도 점차 동네 카페에서 모이는 것으로 바뀌고 있지요.

커피전문점은 점차 간단한 식사를 해결해주는 공간으로 변모하면서 식사와 대화를 함께
해결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커피의 향미에만 몰입하는 커피전문점도
독자적인 영역을 만들어가고 있고요. 이제 커피프랜차이즈에서는 원두판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커피문화가 많게는 20년 앞서 있다는 일본의 경우, 커피를 가장 많이
즐기는 곳이 직장과 집으로 바뀌었습니다. 커피를 주로 마시는 장소로 불과 
10명 중 2명 이하가 카페라고 말한 조사결과가 있습니다. 

카페는 커피를 즐기는 곳이라기 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장소나 음식을 먹는 장소, 
기타 업무를 처리하는 장소 등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는
더욱 더 우리 주변 가까이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콕 집어 말할 순 없겠지만, 사람들이 이토록 커피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아무래도 커피가, 소비의 상징적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측면을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겠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문화적으로 보인다는
측면을 부인할 수 없지요.

두 번째로는 커피를 마시면 자꾸 찾게 만드는 이른바 ‘금단현상’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쓴맛만 느껴져 커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피를 마시지 많으면 무기력해지고 나른해지는 현상을 자신도 모르게
겪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커피를 맛보다는 각성효과, 몸에 활력을 주는 효과를
얻기 위해 찾게 되지요.

끝으로는, 커피애호가 수준이 되는 것인데요. 커피를 반복적으로 마시면서
커피의 맛에 빠져들게 되는 수준이 되는 것이지요. 커피의 맛을 알면
오감이 행복해집니다. 

나중에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커피의 향미를 즐기는 영역까지
오르게 되지요. 그야말로 커피를 벗 삼아 문화를 소비하고 행복을 누리는
경지에 이르는 것입니다.


►‘원맨카페(One Man Cafe)’에 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원맨카페(One Man Cafe)’는 직역하면 ‘혼자 하는 카페’인데요, 
‘프랜차이즈로부터 독립’을 기치로 내걸고 있습니다. 
우선 CCA가 창업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밝힙니다.

나만의 카페를 창업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꿈입니다.
사실 프랜차이즈 개념은 매우 좋고, 멋진 마케팅 기법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지요. 본사와 가맹점이 갑과 을 관계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반면, 원맨카페는 유니온입니다.

 커피전문가군과 카페 운영자군 간 연대입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아닙니다.
대등한 수평적 네트워크로서 한 목표를 위해 다각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라고
할 수 있지요. 가맹비가 없습니다. 카페명칭도 원맨카페라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지켜야 할 철칙은 있습니다. 이 철칙을 지키지 않으면 네트워크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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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카페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로 상징되는 고급커피를 사용합니다. 
커피의 향미를 따지면서 좋은 커피만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에서
철칙이란, 커피의 맛을 좋게 유지하기 위한 조건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원맨카페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인증을 받은 카페는 반드시 생두와
원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해야 합니다. 어디서 재배됐고 언제 수확했으며, 
언제 가공된 것인지, 볶인 지는 얼마나 지난 원두인지를 거짓 없이 표기해야 합니다. 

로스팅한 지 보름이 지난 원두는 쓸 수 없습니다. 원두의 쓰임과 관련해 디테일한
기준은 별도로 CCA가 만들어 관리합니다. 이것이 핵심이고요. 
그라인더를 2대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조항들이 있는데,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지만 있다면 모두 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낼 때 고려해야 할 사항,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지?

모든 프랜차이즈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함정이 많습니다.
 가맹비 뿐 아니라 인테리어 비용, 원료공급 조건 등 곳곳에 생각하지
못한 것들이 툭툭 튀어나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는 데는 본인 책임도 있습니다. 발품을 팔지 않고 누군가 만들어
주겠지하는 마음으로 소극적으로 대하기 때문입니다. 대가 없이 공짜로
가질 수 있는 게 어디 많겠습니까.

원맨카페는 창업하려는 사람 스스로 알고 배우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본인이 배우고 아는 만큼 창업비용을 줄일 수 있고, 창업하고도 관리를
잘해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입지 선정부터 재료 조달, 메뉴 제조, 
직원 관리 등 노하우를 CCA 전문가들이 알려줍니다. 

이렇게 성공적으로 창업한 사람들이 원맨카페 네트워크에 참여함으로써
공동구매, 인력 교환 등을 통해 매장관리를 보다 알뜰하게 해 나가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맛있는 커피’ 또는 ‘좋은 커피’의 객관적 기준이 있을까요?

마시는 순간, 관능적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꿀을 찍어 먹었을 때
달다고 말하는 것처럼 명료합니다. 누구나 관심을 갖고 커피의 향미를 따지며
마시면 그런 자질을 다 갖출 수 있습니다.

커피의 좋은 성분만을 추출하기 위해선 볶인 원두에 들어있는 유효성분의
10~22%만 물에 녹아내려야 합니다.우리는 이것은 적정 수율이라고 하는데, 
훌륭한 바리스타는 적정 수율이 되도록 커피를 추출함으로써 커피에서 좋은
향미가 발휘되도록 합니다.

 

►심사위원으로도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시는 것으로 압니다. 
  심사할 때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응시생이 자신이 하는 행동을 올바로 이해하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에스프레소의 경우, 왜 물 온도가 섭씨 92~95가 돼야 하는지, 탬핑은 왜 
12~20kg 정도로 하는지, 우유를 거품낼 때 왜 섭씨 37도까지만 공기를
주입하는지 등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올바로 인식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행동은 결국, 한 잔에 담기는 커피의 향미와 관련된 것입니다.
 따라서 응시생은 자신이 추출한 커피를 마시고, 자신이 추출한 커피가 좋은
커피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추출한 커피의 향미를 묘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할 줄 알아야 진정 커피를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요컨대 맛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제공한 커피가 제대로 한 것인지는
한 모금의 맛으로 알 수 있습니다. 맛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커피 맛을 좋게 치장하는 얄팍한 요령은 적어도 커피에서는 통하지 않습니다.

 

►경민대학교 호텔외식조리학과에선 주로 어떤 내용을 강의하시나요? 
  커피만 전문으로 하는 수업이 있는 건가요?

1차적으로는 바리스타 교육을 담당합니다. 경민대학교에는 커피문화원이
의정부 시청 앞에 별도로 마련돼 있습니다. 커피문화원장으로서 좋은 커피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커피학 개론과
식음료 실습, 커피 추출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을 압도할, ‘다크호스’가 될 만한 커피가 있을까요?

추출 방법이 아니라 품질 좋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가
사랑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스페셜티 커피란, 마치 농축산물 이력추적제처럼 커피의 출처가 분명한 것을
말합니다. 이 곳 저 곳의 커피를 섞어 출처를 알 수 없게 한 게 아니라 커피를
재배한 사람을 명시하고, 언제 수확했으며, 나아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가공됐는지 등 모든 정보를 알 수 있게 한 좋은 커피를 말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점차 커피의 향미를 가려 즐기게 되면서, 커피애호가들은
커피가 자란 땅을 이야기 하고 커피를 재배한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즐깁니다.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커피들은 점차 도태될 것입니다. 
아니면 싼값에 산업용으로 팔리거나 하는 식으로 제 값을 치르게 될 것입니다.

 

►“커피가 정력을 떨어뜨린다” 같은, 커피와 관련된 잘못된 상식들 중 
   꼭 바로 잡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커피에 대한 오해와 진실" 몇 가지를 말씀 드릴게요.

1. 커피가 숙취해소에 좋다?
커피는 탈수를 부추겨 되레 숙취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술을 깨는 데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카페인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할 뿐입니다.

 

2. 진하게 볶은 커피가 연하게 볶인 커피보다 카페인이 더 많다?
진하게 볶은 커피가 카페인의 함량이 약간 더 낮습니다. 
로스팅을 많이 할수록 카페인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3. 크레마는 좋은 에스프레소임을 알리는 지표이다?
엉망인 커피도 막 로스팅했을 땐 크레마가 풍성합니다. 
좋은 커피인지 확인하려면 크레마와 함께 반드시 맛을
체크해야 합니다.

 

4. 향미를 유지하기 위해 볶은 커피는 냉동고에 보관해야 한다?
커피는 습기를 싫어합니다. 냉동고에서는 응결현상 때문에 향미의
손실이 더욱 빨라집니다. 냉장고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찬장처럼 시원하고 건조한 곳에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1회용씩 소량씩 나눠 공기가 통하지 않게 한다면 냉동고에
두어도 됩니다. 그러나 이 경우 한번 녹인 것을 다시 냉동고에
넣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합니다.

 

5. 커피를 많이 마시면 기억력이 나빠진다?
카페인은 뇌에서 기억력과 집중력을 관장하는 부위를 활성화합니다. 
이는 커피가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기억력을 좋게 한다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6. 디카페인 커피가 몸에 더 좋다?
디카페인 커피에도 약간의 카페인이 들어 있습니다.
10잔 중 1잔 정도에서 카페인이 발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카페인 커피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쓰기
때문에 다른 화학성분들은 더 많이 들어 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7. 커피는 끊기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주저함 없이 커피를 끊을 수 있습니다. 
소수가 카페인으로 인한 가벼운 흥분작용 때문에 두통이나 무기력을
동반하는 금단증상을 겪기는 합니다. 커피를 끊길 원한다면, 
그래서 금단현상이 걱정된다면 커피를 서서히 줄여 나가면 부작용으로
인한 충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와인과 위스키 쪽으로도 일가견이 있으신 걸로 아는데요, 
  프로 테이스터이신 거죠?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블렌딩 교육과정을 수료했고요,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테이스팅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물론 긴 과정은 아니었지만,
 공부를 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와인과 위스키와 관련한 취재를 10년 정도 했다는 것이지요.
특히 맥주, 차, 커피, 사케 등 식음료의 맛을 평가하고 감정하는 일은 별도로 공부하면서
자질을 키웠으며, 관련된 글을 썼습니다.  커피와 관련해선 <커피러버스핸드북>이라고,
2015년 나온 책을 국내에서 번역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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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순 교수가 2015년 번역 출간한 <커피러버스핸드북>
 

►마지막으로 CCA 및 교수님 개인의 계획, 목표를 간단히 말씀해주세요.

CCA가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커피의 향미를 정직하게 평가하고 올바르게
묘사하는 캠페인’을 지구상 모든 나라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좋은 커피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토대가 마련돼 인류가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합니다. 거창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가는 길에 미력하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를 위해 ‘Coffee Taster’라고 하는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국내에 보급할
것입니다. 바리스타와 로스터에 이어 커피의 맛을 올바로 평가하고 표현하는
자질을 키워주는 교육과정인 것입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커피 맛을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고, 나쁜 커피를 거부하는 풍토가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Coffee Taster'를 1년 과정을 거쳐 특허청에 상표등록했습니다.
이는 CCA만이 커피테이스터 과정을 가르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목적은 독점이 아닙니다. 남발과 오용을 막자는 취지입니다. 
커피를 사랑하고, 커피의 향미를 올바로 평가하고, 제대로 묘사하는
분들은 언제나 커피테이스터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르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드릴 것입니다.


사진제공/박영순   김성대 편집장  acdcroc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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