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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비평/ 칼럼
2-로부스타는 과연 천덕꾸러기인가?
  • 로부스타의 향미가 아라비카에 뒤처지는 이유
2013.12.03 14:26:17 42

그렇다면, 로부스타는 왜 아라비카와 같은 향미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일까?

병충해를 거뜬히 물리치는 체력, 진한 카페인을 품은 강건함, 거기에 왕성한
번식력까지… 남자로 치자면 지극히 매력적인 로부스타는, 그러나 에스메랄다
(Esmeralda)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콰지모도(Quasimodo)처럼 불운해 보인다.

반면 아라비카는 18세기를 풍미한 파리넬리(Farinelli)처럼 화려하고 풍성하며
기교가 넘친다. 그러나 영 매가리가 없어 보인다. 콰지모도가 여심을 사로잡는
시크(chic)한 남성이 될 순 없을까.

생두의 화학성분 조성이 로부스타와 아라비카가 판이한 것은 아니다.
카페인(Caffeine), 당분(Sugar), 지질(Lipid), 아미노산(Amino acid),
클로로겐산(Chlorogenic acid)의 함량이 차이가 나긴 하지만, 없는 게
있거나 있는 게 없거나 하는 상황은 아니다.

카페인 함량은 조사기관마다 차이가 나긴 하지만 로부스타가 1.7%~3%로,
아라비카(0.8~1.4%)의 두 배에 달한다. 다당류(Polysaccharides) 함유량은
한 조사 결과, 로부스타 54.4%, 아라비카 50.2%로 나타나는 등 양측이 평균
50% 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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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을 내는 올리고당(oligosaccharides)과 단당류(Monosaccharides)는
양측이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로부스타는 올리고당 4%, 단당류 1% 등으로
당분 함유량이 5%에 그치지만 아라비카는 올리고당 8.0%, 단당류 6.5% 등으로
14.5%를 기록했다.


로스팅을 거쳐 향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Protein)은 로부스타 9.5%,
아라비카 9.8%로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유리상태로 존재해 활발한 화학반응을
유발하는 아미노산은 아라비카(4.2%)가 로부스타(0.8%)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지질은 아라비카(16.2%)가 로부스타(10%) 보다 5% 정도 많이 함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클로로겐산은 로부스타에게는 계륵(鷄肋)같다. 폴리페놀의 하나로 콜레스테롤
생합성을 억제하고 항산화-항암작용을 하는 유익한 물질이지만 쓴맛을 낸다는 게
문제이다. 클로로겐산 함유량은 로부스타가 통상 7~18.5%로 아라비카(4~8.5%)
보다 2배가량 많다.

클로로겐산이 가수분해 되면 퀴닉산(Quinic acids)과 카페인산(Caffeic acid)이
생성되는데, 이들 물질은 쓴맛을 내는 주요 성분이다.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커피
한 알의 미세한 차이는, 그러나 한 잔의 커피에 생두 60개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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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편에서 계속
박영순(경민대 평생교육원 바리스타과정 책임교수)

- CCA(커피비평가협의회) 한국본부장

- 이탈리아 바리스타 Certifier

-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스페셜리스트

- 하와이안코나 커퍼

- 큐그레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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